비행기를 300번 넘게 타다 보면, 사람들 사이에만 존재하는 묘한 ‘암묵적 룰’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치 단골만 아는 비밀 메뉴 같은 느낌이죠. 그래서 제가 다니면서 터득한 3열 좌석 생존법을 살짝 풀어보려고 합니다.
일단 가운데 좌석. 이 자리는 솔직히 복불복도 아니고 그냥 벌칙에 가깝습니다. 창가처럼 기대지도 못하고, 통로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못하죠. 그래서 양쪽 팔걸이는 가운데 사람에게 양보하는 게 국룰입니다. 창가 분들은 풍경이라는 보상이 있고, 통로 분들은 자유로운 이동권이라는 특권이 있으니까요. 가운데 사람에게 팔걸이까지 뺏어가면… 그건 진짜 마음의 비행고도까지 급강하합니다.
그리고 다리. 제발 본인 구역만 씁시다. 쩍벌로 국경을 넘지 마세요. 옆 사람은 지금 조용히 고통받고 있을 수도 있어요.
앞좌석도 조심해야 합니다. 발로 툭툭 치거나, 일어날 때 앞좌석을 잡고 ‘등산’하듯이 일어나면 앞사람은 거의 지진을 경험합니다. 테이블도 살살 열고 살살 닫아주세요. 특히 아이와 함께라면 앞좌석을 킥킥 차고 있지 않은지 가끔 체크해주면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등받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등받이를 조절할 때는 최대한 천천히 조작해주세요. 뒤에 사람이 음료 올려놓고 있을 수도 있고, 갑자기 확 젖히면 음료가 쏟아지는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살짝 뒤로 몸을 기울여서 “저… 조금만 젖힐게요” 하는 느낌의 예고만 있어도 서로 마음이 편해져요.
등받이는 원칙적으로는 언제든 젖혀도 됩니다. 그게 좌석 가격에 포함된 기능이니까요. 다만 이착륙시 그리고 기내식 나올 때만큼은 잠깐 세워주세요. 뒤 사람은 지금 좁은 공간에서 밥 먹느라 전쟁 중일 수 있거든요. 이착륙 때는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신발 신고, 창문 열고, 등받이 세우고—이건 다 비상 상황 대비입니다.
통로 좌석에 앉은 분들은… 네, 맞습니다. 가장 자주 일어나게 되는 자리예요. 창가나 가운데 사람이 화장실 갈 때 자연스럽게 길을 열어주는 게 매너입니다. 그리고 창가·가운데 분들은 “어차피 통로측 사람 일어난 김에 나도 다녀올까?” 하는 센스 하나면 서로 훨씬 편해져요.
혹시 3열이나 4열을 혼자 쓰게 되는 행운이 찾아왔다면, 통로만 막지 않는다면 누워 가도 됩니다. 다만 뒤쪽으로 원정 가서 눕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항공기마다 승무원 휴식 공간이 뒤쪽에 있는 경우가 있어서 괜히 민폐가 될 수 있거든요. 커튼 쳐져 있으면 그쪽은 그냥 성역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결국 비행기는 모두가 좁고 피곤한 공간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서로 조금씩만 배려하면 여행이 훨씬 부드러워져요. 기분 좋게 떠났다가 기분 좋게 도착하는 게 제일이니까요.
[출처 : 오유-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