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에 부처가 살아 있던 시대, 수행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인도의 코삼비에 있던 고시타원에는 많은 수행자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경전에 밝았고, 다른 한 사람은 계율에 밝았다. 두 사람 모두 여러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의 위치에 있었다.
어느 날 경전에 밝은 수행자가 변소를 사용한 뒤 뒤처리를 위해 물을 사용하고, 남은 물을 그릇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
뒤이어 들어간 계율에 밝은 수행자가 그 물을 발견했다.
그는 물을 남겨둔 사람이 맞느냐고 물었다.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사용하고 남은 물을 그대로 두는 것은 계율에 어긋난다고 알려주었다.
경전에 밝은 수행자는 그런 계율이 있는 줄 몰랐다.
“그것이 죄라면 참회하겠습니다.”
계율에 밝은 수행자가 답했다.
“하지만 모르고 한 일이라면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얼마 뒤 계율에 밝은 수행자가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쩌다 그 일을 꺼내게 되었다.
경전에 밝은 수행자가 계율을 어겼는데그것이 죄가 되는 줄 모르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는 상대편 제자들에게도 건너갔다.
경전에 밝은 수행자의 제자들이 돌아와 스승에게 전했다.
저쪽에서는 스승이 계율을 어기고도 그것이 죄가 되는 줄 모른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경전에 밝은 수행자가 말했다.
“그분은 내게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죄를 저지르고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처럼 이야기하는군.”
그 말 역시 상대편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계율에 밝은 수행자 쪽에서는 자신의 죄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계율을 알려준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있다며 반발했고, 그러면서 경전에 밝은 수행자에게 죄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르고 한 일이라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자신에게는 인정할 죄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계율에 밝은 수행자 쪽에서는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승가의 공동생활에서 배제했다.
처분을 받은 수행자는 가까운 수행자들에게 그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지를 구했다. 코삼비 밖의 동료들에게도 사람이 보내졌다.
그 처분을 인정하지 않는 수행자들이 그의 편에 섰고, 처분을 내린 쪽에서는 다른 수행자들에게 그와 함께하지 말라고 했다.
처음에는 모르고 한 계율 위반이 죄가 되느냐는 문제가, 이제는 누구 편이냐가 문제가 되었다.
두 무리는 상대편과 함께 앉지 않고, 함께 식사하지 않으며, 같은 처소에 머무는 것도 피하기 시작했다. 마주치면 무례하게 행동했다.
다툼은 수도원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마을에서도 서로 부딪쳤고, 마침내 서로의 몸을 붙잡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행자들이 마을에서도 싸운다는 이야기는 코삼비 사람들 사이에 퍼졌고, 결국 부처에게까지 소식이 닿았다.
부처는 그들을 찾아가 다툼을 멈추라고 했다.
“그만두어라. 다투지 말고 언쟁하지 말라.”
그러자 한 수행자가 나서서 말했다.
“세존께서는 편히 계십시오. 이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부처는 다시 한번 다툼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러나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세존께서는 편히 계십시오. 이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부처가 세 번째로 다시 타일렀지만 이번에도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존께서는 편히 계십시오. 이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부처는 더 이상 그들을 설득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코삼비에서 탁발을 마친 뒤 홀로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실을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됐고, 부처가 수행자들의 다툼을 말렸지만 그들이 듣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함께 퍼졌다.
자신들이 그들을 존경하고 공양해 온 것은 부처의 제자들이었기 때문인데, 정작 부처가 다툼을 그만두라고 해도 듣지 않는 사람들을 계속 예전처럼 대해야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
사람들은 뜻을 모았다.
수행자들이 지나가도 일어나 맞이하지 않기로 했다. 합장하지도, 인사하지도 않고 탁발을 나오더라도 음식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수행자들이 마을로 나왔다.
예전 같으면 그들을 보고 일어나 맞이했을 사람들이 그대로 앉아 있었고, 합장하는 사람도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없었다.
탁발 그릇에 음식을 넣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2,500년 전 코삼비에서 있었던 일이다.
[출처 : 오유-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