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대 4의 승리, 대통령은 왜 그 안에서 경고를 읽었을까

시사

12 대 4의 승리, 대통령은 왜 그 안에서 경고를 읽었을까

얼죽반 0 42,075 08.14 16:36

선거도 이제 거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각자의 선택은 이미 상당 부분 굳어졌을 것이고, 경선 과정에서 생긴 감정의 골도 깊어질 만큼 깊어졌을 것이다. 이런 시점에 자료를 하나씩 들여다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보자며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조금만 더 일찍 관심을 가지고 살펴봤더라면 경선 초반에 이런 문제들을 제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와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어쩌면 뒤늦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기록해두려 한다.

누가 대표가 되든 선거는 끝나지만 정치는 계속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와 후과 역시 결국 우리가 함께 감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일개 시민으로서 지금 무엇을 보고 있고, 무엇을 우려하며, 어떤 정치를 바라는지 정도는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 커뮤니티의 정치적 성향이 어떠한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내가 정치에 관한 생각을 남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기에 여기 적을 뿐이다.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설득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적어도 나 자신만큼은 우리 편이냐 아니냐보다 사실과 결과를 먼저 보고 판단하려 했다는 기록은 남겨두고 싶다.

그렇다고 최근의 글들이 모든 후보를 똑같은 분량으로 평가한 것은 아니다. 정청래 후보에게 시선이 집중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실제로 집권여당 대표직을 수행했고, 지금 다시 2년을 맡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보다 이미 존재하는 대표직 수행 기록을 먼저 살펴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경선에서 정청래 후보가 김민석 후보를 비판하는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는 과거 탈당과 배신의 문제였다.

과거의 선택을 비판하는 것 자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그 과거를 오늘의 정치적 부적격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으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김민석을 국무총리로 기용해 국정의 핵심 역할을 맡겼다는 현재의 평가와 그것이 어떻게 조화되는지도 함께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후보들의 호불호를 나란히 비교하기보다, 이미 대표직을 수행한 정청래 후보의 기록과 그가 상대에게 적용하고 있는 평가 기준이 자기 자신에게도 일관되게 적용되는지를 먼저 살펴보게 됐다.

앞서 올린 글에서도 그런 관점에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봤다.

 

그 글을 정리하면서 마지막까지 넣을지 말지를 망설였던 사례가 하나 있었다.

지난 6·3 지방선거다.

결국 그 글에서는 뺐다.

이유는 다른 사례들과 성격이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숫자만 놓고 보면 민주당의 승리가 분명했다.

민주당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을 차지했다. 부산·울산·강원 등 의미 있는 지역까지 가져왔다. 이것을 민주당의 패배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긴 선거를 억지로 패배라고 만들어 정청래 대표를 비판하는 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살펴볼수록 내가 궁금했던 것은 애초에 승패의 숫자가 아니었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겼다는 것과 정청래 지도부가 이 선거를 전략적으로 잘 지휘했다는 것은 같은 말인가.

그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전국적인 승리와 지도부의 전략적 성공은 같은가

이번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에는 전국적으로 유리한 정치적 환경이 형성돼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당시 상승한 코스피, 국민의힘의 내부 갈등 등이 민주당에 유리한 요인으로 거론됐다.

이런 환경 속에서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크게 승리한 것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그렇다면 오히려 집권여당 지도부의 전략적 능력은 다른 곳에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강한 순풍이 불 때 그 순풍을 타고 전체 승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도부의 진짜 전략은 순풍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당력과 지도부의 시간, 조직과 메시지를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판단하고, 한두 퍼센트 차이로 승패가 갈릴 핵심 지역을 잡아내는 것이 총괄선대위원장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12 대 4라는 숫자와 함께 그 4가 어디였는지를 보게 된다.

최대 승부처 서울

서울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 가운데 하나였다.

선거 전 여러 조사에서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오세훈 후보와 접전을 벌이거나 앞서는 결과가 나왔고, 선거 당일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도 정원오 후보의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 개표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승리했다.

최종 격차는 불과 1.15%포인트, 약 6만 표였다.

서울시장 한 자리를 다른 광역단체장 한 자리와 정치적으로 똑같은 1승과 1패로 계산할 수 있을까.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서울시장은 전국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실제로 오세훈 시장은 당선 직후 자신의 승리를 단순한 지방행정의 승리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견제하는 정치적 의미로 해석했고, 이후에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패배는 단순히 광역단체장 숫자가 하나 줄어든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를 정치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매우 큰 정치적 플랫폼을 유력한 야권 정치인에게 다시 내준 결과이기도 하다.

선거의 전략적 가치는 모든 지역에서 동일하지 않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전체 승수만으로 선거 지휘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정청래 대표 자신이 지목했던 사람들

또 하나의 평가 기준도 있다.

추경호, 이진숙, 김태규.

이들의 정치적 의미를 사후에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선거 전 정청래 대표 자신이 국민의힘의 후보 공천을 비판하면서 이들을 직접 거론했고, 이른바 내란의 잔불을 이번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렇다면 정청래 대표 자신이 설정한 선거의 정치적 목표를 그의 선거 결과에 적용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결과는 어땠는가.

추경호는 대구시장에 당선됐다.

이진숙은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김태규 역시 울산 남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12개의 광역단체장을 얻었다는 사실과 별개로, 정청래 대표 자신이 정치적으로 문제 삼았던 상징적인 인물들을 선거에서 막지 못했다는 사실 역시 동시에 존재한다.

그리고 선거의 결과는 개표가 끝난 날 끝나지 않는다.

이진숙 의원은 당선 두 달여 뒤 국회도서관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한다는 포럼을 공동 주최했다.

그 자리에서는 5·18을 소요로 표현하거나 전두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취지의 발언 등이 나오며 큰 논란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도 사전에 행사 취소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고, 민주당에서는 이진숙 의원 제명 요구가 나왔다.

이진숙 의원이 그런 행사를 연 책임을 정청래 대표에게 돌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러나 선거에서 한 석을 내준다는 것이 숫자판에서 단순히 1이 줄어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보여준다.

그 한 석은 22대 국회의 남은 임기 동안 정치적 발언권이 되고, 국회라는 공적 공간을 활용할 권한이 되고, 새로운 정치적 의제를 만들어낼 힘이 된다.

그래서 선거는 몇 곳을 이겼는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디를 이겼고, 누구를 막았으며, 누구에게 다음 정치의 발판을 내주었는가까지가 선거의 결과다.

그렇다면 당력은 가장 전략적으로 배분됐는가

여기에서 정청래 대표의 선거운동 동선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사실관계는 정확하게 해야 한다.

정청래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호남에만 돌아다니며 서울을 방치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사실에 맞지 않는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서울에서 정원오 후보와 유세를 시작했고 수도권과 충청, 강원, 영남 등 여러 지역에서도 지원유세를 했다.

그러므로 서울을 버렸다는 식의 평가는 과장이다.

동시에 정 대표가 5월 들어 여러 차례 호남을 찾았던 것도 사실이다. 5월 24일의 호남 방문은 그달 들어 이미 다섯 번째였고, 이날에는 순천·광양·담양·함평을 잇달아 도는 일정을 소화했다.

물론 그럴 만한 선거전략상의 이유도 존재했다.

순천과 담양 등에서는 무소속이나 조국혁신당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를 위협하고 있었고, 민주당의 전통적인 강세지역이라고 해서 반드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따라서 호남 방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당시부터 다른 정치적 해석도 공개적으로 존재했다.

8월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총리의 잦은 호남 방문을 권리당원이 집중된 호남의 당심과 차기 당권 경쟁에 연결하는 분석이 지역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정청래 대표가 자신의 당권을 위해 지방선거를 이용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의 속마음은 확인할 수 없으며, 그런 추측으로 사람을 평가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동기를 빼고 결과만 보면 질문은 더 단순해진다.

당대표이자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한정된 당력과 자신의 시간, 조직과 정치적 영향력을 어디에 얼마나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은 최선이었는가.

호남의 민주당 후보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1.15%포인트 차이의 초접전이었던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해 평택을·부산 북갑·울산 남갑 같은 주요 국회의원 재보선 격전지 역시 중요했다.

어디에 얼마만큼의 힘을 집중할 것인가.

그 선택은 개인의 동기가 아니라 총괄선대위원장의 전략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대통령은 왜 다른 것을 읽었을까

그래서 나는 선거가 끝난 뒤 벌어진 장면을 중요하게 본다.

정청래 대표는 선거 직후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큰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12 대 4라는 숫자를 놓고 보면 충분히 가능한 평가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선거 결과에서 다른 것을 봤다.

이 대통령은 승패라는 것은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이길 것을 졌거나 이겨야 할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한 선거 결과를 자신과 정권을 향한 국민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두 사람은 같은 선거 결과를 보고 있었다.

한 사람은 먼저 큰 승리를 읽었다.

다른 한 사람은 그 승리의 숫자 속에서 경고를 읽었다.

숫자를 읽는 것과 선거의 의미를 읽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특히 전국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순풍이 불고 있을 때 집권여당 지도부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전체 성적을 확인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 좋은 숫자 속에서 다음 위험을 먼저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왜 이겨야 할 곳을 놓쳤는지.

왜 마지막 1%를 가져오지 못했는지.

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던 인물들이 살아남았는지.

그 결과가 앞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운영에 어떤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지를 먼저 읽어내야 한다.

나는 그것이 집권여당 대표에게 필요한 정무적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승리 평가는 청와대와 조율된 것이었나

최근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또 하나의 논란이 생겼다.

정청래 후보는 지방선거 직후 선거 결과를 승리로 규정한 것이 청와대와의 조율을 거친 판단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김민석 후보와 송영길 후보는 그런 합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반박했고, 정 후보는 당정청 전체가 아니라 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조율했다는 취지로 다시 설명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비공개 당청 소통의 전모를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누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단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공개된 사실 사이에는 설명이 필요한 간극이 남는다.

정말 청와대와 선거 결과를 승리로 규정하기로 조율했다면 왜 며칠 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겨야 할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이 아니라며 선거 결과에서 경고를 읽었을까.

반대로 그런 조율이 없었다면 왜 자신의 승리 평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조율을 근거로 제시했을까.

어느 경우든 설명이 필요한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 역시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집권여당 대표는 무엇을 보고 정치적 판단을 했는가.

승리라는 숫자와 지도부의 성적표

나는 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부산·울산·강원 등 의미 있는 승리도 있었고 12 대 4라는 결과 역시 분명한 정치적 성과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글 역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진영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선거 승리와 정청래 지도부의 전략적 성공은 구분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흐름이 형성돼 있었고 그 중심에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같은 강한 순풍이 있었다면, 집권여당 대표의 역량은 그 흐름 자체를 자신의 성적으로 선언하는 데서만 평가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순풍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핵심 승부처를 잡아내는 것.

한정된 당력을 가장 필요한 곳에 배분하는 것.

자신이 정치적 목표로 규정한 상대를 실제 선거에서 막아내는 것.

그리고 선거가 끝난 뒤 자신에게 유리한 총량보다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에 보내는 경고를 먼저 읽어내는 것.

나는 그것이 집권여당 대표에게 필요한 전략적 판단력이라고 생각한다.

강한 순풍이 불 때 전체 승수를 늘리는 것보다, 순풍만으로 이길 수 없는 곳을 잡아내는 데서 지도부의 능력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재명 대통령은 12 대 4라는 숫자 안에서도 경고를 읽었다.

그렇다면 집권여당 대표 역시 승리를 선언하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그 경고를 대통령보다 먼저 읽고 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앞서 올린 글에서 나는 여러 사례를 통해 정청래 후보에게 다시 2년의 대표직을 맡길 만한 정무적 판단력이 충분히 검증됐는지를 물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그 질문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기록이 정청래 후보에게 다시 2년을 맡겨도 된다는 확신을 더해주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오히려 앞서 가졌던 의문을 하나 더 보태게 된다.

결국 다시 같은 질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앞으로 2년 동안 집권여당을 이끌 사람에게 필요한 전략적 판단력을 정청래 대표는 충분히 보여주었는가.

 

 

[출처 : 오유-시사]

Comments

Category
반응형 구글광고 등
State
  • 현재 접속자 811 명
  • 오늘 방문자 51,328 명
  • 어제 방문자 63,697 명
  • 최대 방문자 195,216 명
  • 전체 방문자 6,540,783 명
  • 전체 게시물 135,046 개
  • 전체 댓글수 0 개
  • 전체 회원수 94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