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가 말한 성공, 정청래가 남긴 기록

시사

정청래가 말한 성공, 정청래가 남긴 기록

얼죽반 0 32,530 08.14 11:11

 

 

정치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우리 편인가 아닌가로 좁아지는 순간, 잘못은 쉽게 변명되고 필요한 비판은 배신으로 취급되기 쉽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하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하면 같은 행동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된다.

그러나 집권여당 대표를 선택하는 문제는 어느 진영의 승패나 정치인 개인에 대한 호불호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정부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는 결국 대한민국의 앞으로 몇 년에 영향을 준다.

정치의 목적이 우리 편의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진이라면, 오히려 우리 편에 대한 평가가 더 엄격해야 한다.

정청래 후보는 줄곧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말해왔다. 당대표직을 수행하는 중요한 명분 역시 그 말로 모인다.

그렇다면 그 말을 평가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그의 진심을 추측할 필요도 없고 정치적 충성심을 재단할 이유도 없다. 지난 시간 실제로 어떤 판단을 했고 어떤 선택을 했으며, 그 결과가 그가 말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는 목적과 얼마나 부합했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집권여당 대표는 단순히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국회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정치적 공간을 만들고, 필요한 경우 야당과 협상하고, 당내 갈등을 조정하며, 정부가 만들어낸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정청래 후보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고 전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마음은 진심이라고 전제하고 살펴보려 한다.

문제는 진심과 별개로 실제 그의 판단과 선택이 그 목적에 얼마나 부합했느냐는 것이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집권여당 대표는 의도뿐 아니라 판단과 결과로도 평가받아야 한다.

당을 떠나지 않는 것이 언제나 당을 지키는 것인가

이번 당대표 토론 과정에서 정청래 후보는 김민석 후보가 2002년 민주당을 탈당했던 일을 다시 꺼내며 배신의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SBS 토론에서도 김 후보의 당시 탈당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배신으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당을 떠났느냐, 떠나지 않았느냐라는 기준을 정청래 후보 자신의 정치적 기록에도 한번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당시 의원은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라고 표현하고 이를 징수하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다. 불교계의 반발은 크게 확산됐고 민주당도 사과했으며,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가 직접 조계사를 찾아 정청래 의원의 발언에 대해 대신 사과해야 했다. 이후에도 불교계에서는 정청래 의원의 출당 요구가 이어졌다.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에는 정청래 의원 스스로 이재명 후보 측 핵심관계자를 뜻하는 이른바 이핵관이 찾아와 불교계 상황을 이유로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과거 공천에서 배제됐을 때에도 탈당하지 않았다면서 당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것은 정청래 의원 자신의 당시 주장이고, 이재명 후보가 직접 탈당을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정청래에게는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어려운 순간에도 당을 떠나지 않는 것이 당에 대한 의리이며, 당이 자신을 버려도 자신은 당을 버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당을 지킨다는 것은 언제나 당적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가.

당시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대통령선거 승리였다. 정청래 의원 자신의 설명대로 후보 측 핵심관계자가 자진 탈당까지 권유했다면, 적어도 후보 주변에서는 불교계와의 갈등이 대선에 부담을 줄 가능성을 가볍게 보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 대선은 결국 1·2위 간 약 24만7천 표, 0.73%포인트라는 헌정사상 최소 득표율 격차로 끝났다.

물론 이 수치가 정청래 의원의 불교계 발언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인과관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관계는 확인할 수 없으며, 이 글 역시 그렇게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당시 선거가 얼마나 작은 차이로 결정됐는지를 보여주는 배경일 뿐이다.

그러므로 다른 질문은 가능하다.

당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정권 창출인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가 선거에 부담이 될 가능성을 후보 측이 우려하고 있었다면, 개인의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는 것 역시 당을 위한 선택일 수 있지 않았을까.

탈당했다는 사실만으로 배신이고 탈당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충성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정치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당에 남아 있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선택이 당과 후보의 목표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가일 것이다.

집권여당 대표가 되어 선택한 첫 관계 설정

2025년 8월 정청래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집권여당 대표가 됐다.

취임 직후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의힘의 사과와 반성이 없다면 악수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다른 야당 대표들을 예방하면서 국민의힘은 제외했다. 이후에는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는 매우 강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에게는 분명한 명분이 있었다.

비상계엄과 내란 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정치세력에게 아무런 사과와 반성 없이 먼저 손을 내밀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정 대표는 대통령은 통합의 역할을 하고 자신은 여당 대표로서 궂은 일과 싸울 일을 하는 것이라는 역할분담론도 제시했다.

그 정치적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집권여당 대표에게는 야당을 비판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역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법안을 통과시키고 예산을 처리해야 하며, 여당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에서는 야당을 설득하고 타협점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힌 원칙은 정청래 대표와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나름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그의 입장을 이해하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여당 대표와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법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야당 대표와는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누가 더 옳은 사람인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집권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돕는 자리라면 어느 선택이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넓히는 데 유리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야당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대화할 수 있다.

책임을 요구하면서도 협상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집권여당 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제1야당 대표와의 대화와 악수를 거부하는 선택을 한 것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에 가장 유리한 선택이었는지는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강성 지지층에게는 시원하게 느껴지는 정치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는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안정을 내세웠지만 대통령실이 제동을 건 법

2025년 11월에는 보다 직접적인 장면이 나타났다.

APEC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재임 중 정지하도록 하는 이른바 재판중지법을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나타났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개별 의원들의 의견이라며 법안 처리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전날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를 국정안정법, 국정보호법 등의 이름으로 설명하면서 정기국회 내 처리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당시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메시지가 개인 의견이 아니라 당 지도부와의 교감 아래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명분만 놓고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재판 문제에 방해받지 않고 국정에 전념하도록 돕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실의 판단은 달랐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에 해당 법안을 처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뜻을 전달했고,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기보다 민생과 경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후 민주당은 법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정리했다.

여기에서는 대통령의 속마음을 추측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의 국정안정을 명분으로 여당 내부에서 추진 기류가 형성된 법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고, 민주당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더구나 당시 여당 내부에서도 APEC 성과가 재판중지법 논란에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렇다면 집권여당 지도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일을 추진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그 행동이 오히려 대통령을 국내 정치적 논란의 중심으로 다시 끌어들일 위험까지 판단해야 하는가.

집권여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정무적 판단은 바로 이런 순간에 드러난다.

코스피 5000의 날, 왜 합당이었을까

2026년 1월 22일 코스피는 장중 대한민국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넘어섰다. 다만 그날 종가는 4952.53으로 마감했으므로 정확하게는 사상 첫 장중 5000 돌파였다.

그리고 같은 날 정청래 대표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전격 제안했다.

정 대표는 합당의 명분으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지방선거 승리를 직접 제시했다. 조국혁신당 역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는 공동 목표 자체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합당이라는 방향 자체가 이재명 정부의 이해와 반대되는 것이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시점과 과정, 그리고 그 뒤의 결과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장중 5000선을 넘어선 날은 정부 입장에서 상징성이 큰 날이었다.

바로 그날 집권여당 대표가 대형 정치 의제인 합당을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이 선택이 정부의 경제적 성과를 일부러 가리려는 의도였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런 의도를 주장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정무적 판단에 대한 질문은 가능하다.

왜 바로 그날이어야 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뒤의 결과다.

합당 제안 19일 뒤인 2월 10일 민주당은 지방선거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정청래 대표는 당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므로 이 사안을 평가할 때 핵심은 합당의 옳고 그름 자체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명분으로 시작한 대형 정치적 선택이 당 안에서 안정적으로 추진될 만큼 충분히 준비된 것이었는지, 그리고 정부의 상징적 경제 성과가 나온 그날 반드시 발표해야 할 정도로 시급한 일이었는지는 별도의 정무적 판단 문제다.

문제는 그의 진심이 아니다.

그 진심을 실현할 판단과 수행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누를 끼쳤다고 스스로 평가한 인사검증

2026년 2월 민주당의 2차 종합특검 후보 추천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준철 변호사가 과거 불법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경력 때문에 논란이 됐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평가를 외부에서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정청래 대표 측은 당의 인사검증 실패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 대표는 다음 날 공개석상에서도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점을 직접 사과했다.

물론 후보 추천을 정청래 대표 개인이 혼자 결정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당의 추천과 검증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였다.

그러나 당대표는 자신도 인정했듯 당 운영의 최종적인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집권여당이라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는 위험을 사전에 걸러내는 것 역시 당 지도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한 번의 실수라면 고치면 된다.

문제는 다른 시기와 다른 사안에서도 비슷한 정무적 판단의 문제가 반복되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제1호 국정과제

최근 당대표 토론에서는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의 공식 국정과제는 123개이며, 정부 공식 자료에서 제1호 국정과제의 명칭은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헌법 개정이다.

정청래 후보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포함한 개헌 자체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2026년 2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개헌 촉구 국민결의대회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정청래가 5·18 개헌을 몰랐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또 정청래 후보가 당시 답한 내란 청산 역시 제1호 국정과제인 헌법개정의 문제의식과 완전히 동떨어진 주제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그가 5·18 개헌을 주장하는 과정에서도 12·3 비상계엄과 헌법질서 문제를 함께 연결해 설명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질문은 남는다.

송영길 후보가 물었던 것은 5·18 정신 헌법 수록에 찬성하느냐가 아니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가 몇 개이며 제1호 국정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정청래 후보는 당시 공식 제1호 국정과제인 헌법개정이라고 답하지 못하고 내란 종식을 자신의 우선과제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처음에는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개헌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공식 국정과제 번호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틀 뒤 SBS 토론에서 정청래 후보가 선택한 주된 방어는 당시 순간적으로 헷갈렸다는 설명이 아니었다.

오히려 송영길 후보에게 국정과제 50호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송 후보가 1호를 물었지 50호를 물었느냐고 하자 정 후보는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이 반문의 논리 구조는 중요하다.

송영길 후보가 50호를 모르는 것과 자신의 1호 답변 실패가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려면 두 상황을 같은 종류의 문제로 놓아야 한다.

즉 자신의 방어 논리는 자연스럽게 나는 1호를 알고 있었지만 그날 잠깐 기억하지 못했다는 쪽보다, 국정과제 번호 하나를 모르는 것은 송영길 후보가 50호를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쪽으로 이동한다.

실제로 자신이 1호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는데 당시 순간적으로만 헷갈린 것이라면, 자신이 그 개헌을 직접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으며 그날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방어였을 것이다.

그러나 확인되는 SBS 토론에서 그의 주된 대응은 그런 설명보다는 50호를 되묻고 1호와 50호를 같은 종류의 질문으로 규정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의문은 오히려 구체적으로 좁혀진다.

정청래 후보는 헌법개정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런데 자신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사안인데도 왜 토론 당시 그것을 이재명 정부의 공식 제1호 국정과제로 연결해 답하지 못했던 것일까.

123개의 국정과제를 번호까지 전부 암기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집권여당 대표가 자신이 성공시키겠다고 말해온 정부의 전체 국정운영 청사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으며, 그 첫머리에 정부가 어떤 과제를 두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었느냐는 문제다.

그래서 결국 다시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왜였을까.

서로 다른 사건, 반복되는 하나의 질문

지금까지 살펴본 사건들은 서로 성격이 전혀 다르다.

불교계와의 갈등은 대선을 앞둔 정치적 판단의 문제였다.

제1야당 대표와의 대화 거부는 집권여당 대표의 정치적 역할에 관한 문제였다.

재판중지법은 대통령을 보호한다는 여당 내부의 논리와 대통령실의 판단이 엇갈린 사례였다.

코스피 5000 당일의 합당 제안은 시점과 준비, 당내 조정에 관한 문제였다.

특검 후보 추천은 위험관리와 인사검증의 문제였다.

제1호 국정과제를 답하지 못한 장면은 자신이 성공시키겠다고 말해온 정부의 국정운영 체계를 여당 대표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묻게 했다.

각각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다른 사정과 다른 해명이 있을 수 있다.

한 번의 실수라고 할 수도 있다.

당시 상황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정청래 후보에게는 각각의 선택에 대한 자신의 명분과 논리가 있었다.

또한 이 글이 정청래 대표의 정치활동 전체를 망라한 종합 성적표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 입법을 지원하고 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활동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살펴보려 한 것은 그것과 별개의 문제다.

집권여당 대표에게 특히 중요한 정치적 조정, 대통령과의 정책적 호흡, 위험관리와 정무적 판단이라는 영역에서 비슷한 성격의 우려가 서로 다른 사건에서 반복되었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들에는 반복해서 등장하는 하나의 명분이 있다.

당을 위해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그렇다면 평가해야 할 것은 그 말의 진정성이 아니다.

그 명분 아래 이루어진 실제 판단과 선택이 결과적으로 그 목적에 얼마나 부합했느냐는 것이다.

나는 정청래 후보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심으로 원한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정치에서 진심과 능력은 같은 것이 아니다.

좋은 의도가 좋은 판단을 보장하지 않는다.

강한 충성심이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집권여당 대표라면 더욱 그렇다.

그 자리는 대통령을 가장 크게 응원하는 사람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강성 지지층을 설득해야 한다.

싫은 상대와도 협상해야 한다.

대통령의 성과가 빛나야 할 순간에는 자신이 한발 뒤로 물러날 수도 있어야 한다.

당내의 과열과 갈등을 조정해야 하고, 자신의 정치적 선택이 대통령과 정부에 어떤 부담과 기회를 만들어낼지를 한 수 앞서 판단해야 한다.

집권여당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충성의 크기만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의 정확성이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까지 확인한 기록만으로도 다시 2년의 대표직을 맡기는 데 필요한 신뢰와 정무적 판단력이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적지 않은 의문이 남는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남는 것

이런 자료들을 조금 더 일찍 깊이 들여다봤더라면 당대표 경선이 한창일 때부터 이 문제를 차분하게 제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원님 지나간 뒤 나발 부는 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선거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뿐 아니라 지지자들 사이에도 적지 않은 상처와 불신이 쌓였다.

누가 대표가 되든 선거가 끝난 뒤에는 그 상처를 보듬고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정청래 후보가 다시 2년을 맡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당원들의 선택은 존중되어야 하고, 집권여당은 다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다시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 대표 역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당대표는 당원들의 선택으로 선출되지만, 집권여당 대표의 정치가 영향을 미치는 대상은 당원이나 특정 지지층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원하는 말과 행동을 대신하는 대표를 넘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까지 바라보는 집권여당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한 국민만의 대통령일 수 없듯, 집권여당 대표 역시 자신을 지지한 당원과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야당 지지자도 국민이고, 정부에 비판적인 국민도 설득하고 함께 가야 할 국민이다.

지지층의 박수를 얻는 것과 대한민국의 집권여당을 책임 있게 이끄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정청래 후보가 다시 대표가 된다면 그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서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선택들을 통해 제기된 의문과 불신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은 다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우려가 잘못된 평가였음을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는 일이다.

야당과 필요한 협상을 만들어내고,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할 정치적 공간을 넓히며, 정부의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당내의 갈등을 조정하며, 자신의 정치적 선택이 정부 전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보다 치밀하게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임기에도 같은 성격의 판단과 결과가 반복된다면 그때는 더 이상 모든 것을 실수였다는 말이나 충정이었다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말하는 것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결국 판단해야 할 것은 말이 아니라 기록이고, 의도가 아니라 수행이다.

그 기록이 다시 2년을 맡길 만큼 충분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는가.

그 질문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남는다.

 
 
 

[출처 : 오유-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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