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에서 지역은 단순한 지리적 구분을 넘어, 정치적 태도와 문화의 차이를 드러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해 왔다.
보수 평론가 정규재 씨의 “민주당은 호남인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지만, 대구는 국민의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라는 평가는 이러한 지역 간 정치 문화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호남은 오랜 세월 정치적 소외와 차별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정치적 주체성을 강화해 왔다. 특정 정당을 무조건 추종하기보다 지역민의 요구와 목소리로 정당을 견인해 온 것이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이 정당을 움직인다’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의 정치문화는 상대적으로 정당 중심적 성향이 강하다. 정당의 방침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시민의 요구가 정당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정당의 결정이 곧 지역의 선택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시민 주도의 건강한 민주주의 작동 방식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정치 참여의 본질은 특정 정당에 대한 blind 지원이나 단절된 지지에 있지 않다. 시민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정당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할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작동한다. 호남의 정치적 태도는 이러한 시민 주권의 가치를 분명히 일깨워 준다.
[출처 : 오유-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