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어 배움시간 2 : “무섭노!” 편 - 보충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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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어 배움시간 2 : “무섭노!” 편 - 보충수업

남은닉없음 0 28,504 00:08
경상도 사투리에서 “~노”는 일반적으로 ‘예/아니요’로 답할 수 있는 의문문이 아니라, 설명이 필요한 답을 요구하는 의문문이라는 점은 대체로 정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령 “무섭노?”는 관용적으로 “와 이리 무섭노?”, “뭣이 무섭노?”처럼 앞에 이유나 대상을 묻는 말과 결합하여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고, 단독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교수님들까지 나와서, 또 일부 경상도 분들도 나와서, 아니다, “무섭노!”도 단독으로 감탄문이나 독백체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참 묘합니다.

사실 이런 사투리의 용법을 따지고 있는 것 자체가 본질을 비켜간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된 “무섭노!”, “도시노!” 같은 표현을 자연스러운 경상도 사투리로 쓴 것이 아니라, 인터넷 슬랭으로 쓴 것임은 스스로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 표현을 쓴 사람을 곧바로 일베라고 할 수도 없고, 그 사람이 그 표현이 일베어에서 파생된 슬랭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그것이죠.

그 표현이 사투리였느냐가 아니라, 인터넷 슬랭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문제입니다.

여하튼, 이왕 시작된 논쟁이니 제대로 한번 후벼 파 봅시다.

이때 아니면 또 언제 경상도어가 이렇게 전국구 관심어로 주목받겠습니까?


“무섭노!”가 정말 단독으로 쓰일 수 있느냐?!

있기는 합니다.

다만 다른 용법과 달리 경상도에서도 자주 쓰이지 않고,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표현을 쓰는 것이 훨씬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언제 “무섭노!”처럼 “~노”를 단독으로 쓸 수 있느냐 하면, 구체적인 상황이 이미 존재하고, 그 상황에 대해 상대방에게 따져 묻는 형식을 취할 수 있을 때입니다.

원래 “~노”는 설명을 요구하는 의문문이라고 했죠.

이 원칙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예컨대 겁이 많은 철수에게 영희가 “야, 이 영화 하나도 안 무서워”라고 꼬셔서 같이 영화를 봤다고 합시다. 그런데 막상 철수가 식겁하고 놀라서 극장을 나오면서 영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무섭노!”

이 경우 “무섭노” 앞에 “뭐가”, “왜”가 붙지 않았더라도, 이미 영희도 그 상황을 알고 있고, 철수는 영희에게 그 상황을 따져 묻듯 의문문의 형식을 빌려 독백이나 감탄을 하는 것입니다.

즉,

“영희야, 니 안 무섭다면서. 그런데 이게 안 무섭나? 무섭노!”

이런 느낌입니다.

다시 말해, 특정한 상황이 이미 존재하고, 그 상황을 따져 물을 수 있으며, 그 상황을 초래한 원인 제공자나 상대방이 구체적으로 눈앞에 있을 때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방금까지 안 간다더니, 가노?”
“안 춥다더니, 춥노?”

여기서 “가노?”는 단순히 “가느냐?”의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방금까지 안 간다고 하더니 왜 가느냐?”라는 상황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춥노?” 역시 단순히 추운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안 춥다고 하더니 춥잖아. 니 때문에 나도 옷을 얇게 입었잖아”라는 상황이 붙어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무섭노”도 단독으로 쓰일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에는 특수한 상황과, 그 상황을 함께 알고 있는 상대방,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해 따져 묻는 관계가 구체적으로 밀접하게 붙어 있어야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그냥 전라도 사람이 “이거슨 전라도 사투리가 아니랑께”라고 하면 그런갑다 하면 되고,

갱상도 사람이 “아무 데나 ‘노, 노’ 거리지 마이소. 안 그런교?”라고 하면 또 그런갑다 하면 되는 것이지,

자꾸 아닌 것도 사투리가 맞다고 우기면, 오히려 지방 방언을 욕보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각 지방언어가 오래도록 특색을 유지하며, 모두 사랑 받았으면 합니다. 




1탄 : http://todayhumor.com/?sisa_1268880

[출처 : 오유-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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