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둘레길 서해랑길 89코스가 지나는 안산시 대부도에는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그늘인 '선감학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해방 이후 정부가 ‘부랑아 교화’를 명목으로 내세웠으나, 실상은 무고한 아동과 청소년을 강제로 수용해 가혹한 노역과 학대를 일삼았던 대표적인 국가폭력의 현장이다.
이처럼 은폐되었던 국가폭력의 비극에 대해 최근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은 제주 4·3 평화공원을 참배한 후 유족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와 민사상 소멸시효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나치 전범처럼 영구적으로 책임을 묻겠다”며 형사적 처벌은 물론 민사적 책임까지 끝까지 추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현대사에는 제주 4·3 사건과 선감학원 외에도 국민보도연맹 사건, 여순사건, 5·18 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 공권력에 의해 유린당한 수많은 피해자가 존재한다.
그동안 이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었으나, 과거 윤석열이 임명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민의힘 역시 이에 반대하며 가로막은 바 있다. 국가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정쟁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좌절되었던 것이다.
비록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올바른 역사 바로 세우기가 시작되어 다행이다. 과거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은, 그동안 누구도 쉽게 실행하지 못했던 국가의 책무를 다하는 역사적 발걸음이라 평가할 만하다.
[출처 : 오유-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