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막을 내렸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신뢰는 곤두박질 치고 있다.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불길이 확산하면서다. 이런 가운데 선관위는 투표용지 제작 예산을 전체 유권자의 110% 수준까지 넉넉히 확보하고도 부족 상태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왜 발생했을까. 선관위에 따르면 송파구는 관내 유권자의 50% 수준으로 본투표 용지를 인쇄했다. 마찬가지로 투표 중단이 이뤄졌던 광진구와 강남구도 각각 전체 유권자 수의 50%, 55% 수준에서 투표 용지를 확보했다. 이는 중앙선관위가 각 시·도 선관위에 “유권자 수 대비 최소 50% 이상 본 투표 용지를 확보하라”고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인쇄된 용지는 각 구내 투표소로 배분되고, 일부는 시·군·구 선관위에서 여유분으로 보관하다가 용지가 부족한 투표소에 배송하는 구조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율과 본 투표까지 합산한 투표율을 70% 이상으로 예측한 것이지만 여러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더 몰려 혼선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는 “전체 유권자 수의 1.1배에 달하는 투표용지를 제작하겠다”며 예산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은 초과해 타갔지만 인쇄는 절반만 한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2022년 특정 정당 대표의 지지자가 투표소에서 잔여 투표용지를 탈취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이후 잔여 투표용지를 줄이려고 노력했다”며 “남은 예산은 지자체에 반납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