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글에 올린 댓글을 취합하고 편집하고, 좀더 살을 붙여 하나의 글로 다시 올려봅니다. 근본적으로 댓글을 취합한거라 중복이 있을수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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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과 실용의 관계는 마치 도면과 작업의 관계와 같습니다. 이념은 실용에 의해 검증받고, 실용은 이념에 의해 방향을 얻습니다. 만약 실용만 남기고 이념을 제거하면, 그것은 나침반 없는 항해, 지도 없는 운전과 같아 일관성 없는 정책만 남게 됩니다.
먼저 실용주의라는게 대체 무엇인지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19세기 말에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철학 사상. 행동을 중시하며, 실생활에 효과가 있는 지식을 진리라고 주장하였다. 사고나 관념의 진리성은 실험적인 검증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타당한 것이어야 함을 강조하였으며 제임스, 듀이 등이 대표적이다.(고려대국어사전)
물론 정치에서 승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기는 것이 아니라, 왜 이겨야 하는가입니다. 만약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똑같이, 혹은 더 심하게 기득권을 위한 정치만 한다면, 과연 이길 필요가 있을까요? 실용주의는 방법론이고, 목적은 따로 존재합니다. 이 둘을 혼동하면 정책의 방향을 잃게 됩니다.
일부에서는 먹고 살만해야 이념을 찾는다고 하지만, 민주당의 주류 이념인 사회자유주의—즉 억강부약—은 이미 저소득층, 취약계층, 사회초년생, 실업자, 노인 등의 지원을 중심으로 합니다. 즉 먹고 살기 위한 정책 자체가 이념의 시작점입니다. 실용이라는 단어가 현실적이고, 이념이 추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용만을 강조한다는 것은 사실 방향이 없는 것입니다. 보수우파 또한 그들 나름의 실용적 정책을 실행하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들의 실용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목적 없는 실용은 나침반 없는 항해입니다.
실용을 내세우며 이념을 무시하려는 사람들의 속내는 대개 두 가지입니다.
1.선명한 이념 때문에 중도층을 잃지 말자. 2. 민생-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자.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이념입니다. 이를 무시하면 민생과 상관없이 기업 이익 극대화만 추구하면 되는 것이고, 그 방식이 바로 국민의힘 등 보수우파의 실용과 민생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낙수효과를 믿고 기업 우선 정책을 펼쳤지만, 결과는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 심화였습니다.
단기적 선거 승리를 위해 중도층을 고려하는 전략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당 신뢰를 훼손하고, 유권자에게 "왜 이 정당을 찍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남깁니다. 미국 민주당의 사례가 이를 보여줍니다.
이념보다 배부른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배가 불러야 이념이 의미가 있지만, 문제는 배를 불리는 방식입니다.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감면해 일자리 중심으로 갈 것인지, 복지를 강화하고 노동자 권리를 옹호할 것인지의 차이가 핵심입니다. 민주당은 후자를 선택하며, 그것이 민생과 실용의 나침반입니다.
실용과 이념은 반대가 아닙니다. 실용은 방법론이고, 이념은 목적론입니다. 도면이 있어도 일을 하지 않으면 결과가 없고, 도면 없이 일을 하면 엉망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도면과 작업의 관계처럼, 이념과 실용은 서로를 보완해야 합니다.
흔히 도이모이(베트남)나 흑묘백묘(중국)를 실용의 승리, 이념의 패배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이해입니다. 기존 도면—즉 이념—이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지도부가 이를 업데이트한 사례일 뿐입니다. 도면이 틀렸다면 수정하면 되는 것이지, 도면 없이 일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실용과 이념을 대립시키는 시각은 오류입니다. 이념 없이는 실용이, 실용 없이는 이념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도면과 작업, 목적과 방법이 서로 맞물려야만 정책은 일관성과 실효성을 가집니다.
민주당은 사회자유주의적 정당, 억강부약, 양극화 해소를 목적으로 모인 집단입니다. 핵심을 바꾸면 더 이상 민주당이 아닙니다. 미국 공화당이 진보적 정당에서 극우화한 사례처럼, 목적과 이념을 잃으면 정당의 정체성도 사라집니다.
따라서 민주당에게 실용이란 억강부약의 이념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가치를 현실에서 증명해내는 유능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출처 : 오유-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