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들 그리고 [필론과 돼지].

시사

대법관들 그리고 [필론과 돼지].

서상훈 0 10,55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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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의 모습을 보면, 이문열 씨의 단편소설, <필론과 돼지>의 주인공인 '그'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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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병들이 탄 열차칸에서 유일하게 대졸 학력을 가진 그는 엘리트 의식으로 가득 찬 인물입니다. 그가 3년 동안의 군생활을 혐오하는 이유 역시 군대가 그를 다른 젊은이들과 똑같이 대했기 때문입니다. 엘리트인 자신에게도 다른 젊은이들과 똑같은 옷을 입히고, 똑같은 음식을 먹이고, 똑같은 양의 노동을 시켰기 때문에 치를 떨며 군대를 혐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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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곧 깨달았다. 형태나 방식이 다를 뿐,

모든 대한민국 젊은이가 그 삼 년간에

바쳐야 할 봉사의 양은 동일하다는 것을."

 

처음 검은 각반들이 들이닥쳤을 때, 그는 미개한(?) 제대병들을 이끄는 것은 마땅히 자신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채 자는 척을 합니다. 검은 각반들의 주먹이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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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도 유독 홍동덕이란 인물에게만은 큰소리를 칩니다. 때로는 홍동덕이 '그'를 위험에서 구해줬는데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홍동덕은 열차칸에서 가장 학력이 낮은 존재이며, 자신에게 폭력을 쓰지 못할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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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의 입장에서는 검은 각반들이나 홍동덕이나 무식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검은 각반들은 자신에게 폭력을 쓸 것 같고, 홍동덕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그'는 검은 각반들에게는 약하고, 홍동덕에게는 강합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제대병들이 일어나 검은 각반들을 제압하자 이제 '그'에게 선비병이 도집니다. 그는 자칫 근엄하게 생각합니다.

 

"만약 이들을 진실로 죽여야 할 대의(大義)가 있다면,

그에게도 동료 제대병들과 함께

살인죄를 나눌 양심과 용기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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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각반들에게 몇 대 맞는 것이 두려워 침묵했던 '그'가 갑자기 자신은 대의만 있다면 살인죄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큰소리를 칩니다. 그러고는 제대병들의 폭력에는 대의가 없다는 핑계로 혼자 열차를 빠져나갑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검은 각반들이 지배하던 때에는 최소한의 질서는 유지되고 있었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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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의 모습에서 2025년 대한민국의 대법관들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그들은 12.3 내란이나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때에도 굳건하게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오히려 12월 3일 저녁에 군에 사법권을 넘겨주는 절차를 논의했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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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들은 12.3 계엄에 맞서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인 자신들이야말로 국민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침묵했었습니다. 계엄 세력이 자신들을 때릴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계엄이 끝나고, 폭력으로부터 안전이 확보되고, 이재명 당시 후보의 파기환송재판의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자 갑자기 국민들을 향해 근엄하게 꾸짖습니다. 사법권은 독립되어야 하고, 견제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마치 '그'가 홍동덕에게 그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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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필론과 돼지>의 '그'는 시종일관 자신의 비겁함을 인식하고, 그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출처 : 오유-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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