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과 주춧돌

시사

굴러온 돌과 주춧돌

뭐어떠노 0 20,518 08:45
이번 선거에 작용한 중요한 외부 요인 중 하나가 권력투쟁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차기 당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설계와 줄서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세력 간 경쟁은 마치 휴전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시 상황과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권력투쟁은 민주당 내부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또 다른 영역, 즉 진보진영의 스피커들 사이에서도 더 노골적이고 보기 불편한 방식으로 전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뉴스공장과 매불쇼는 진보진영 안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입니다. 

두 방송이 다른 진보 유튜버나 방송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평가절하하는 장면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영향력 자체가 다른 스피커들에게는 부담이자 경쟁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구독자, 조회수, 광고 수익, 정치적 영향력을 둘러싼 제로섬 경쟁에 가까웠다고 봅니다. 

여기에 시기심, 자존심, 기존 언론의 불편한 감정까지 뒤섞이면서 진보진영 내부의 권력투쟁은 더욱 거칠어졌습니다.

선거기간 동안 진보진영이 힘을 모아 민주개혁세력을 응원하고, 내란세력과 반민주적 흐름을 압박해도 부족할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일부 스피커들은 오히려 뉴스공장과 매불쇼의 영향력을 깎아내리고, 그들과 민주당을 분리시키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문재털래유’ 프레임입니다.

여기서 문재털래유는 단순히 몇몇 개인을 뜻하는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 문재인은 민주당의 정통성과 존중받아야 할 성공한 과거를 상징합니다.

2. 조국은 지키지 못한 개혁세력이자, 여전히 연대해야 할 민주개혁 진영의 한 축을 상징합니다.

3. 털보, 즉 김어준은 진보진영 뉴미디어 플랫폼의 상징입니다.

4. 정청래는 당원의 선택을 받은, 민주당다운 민주당 의원의 상징입니다.

5. 유시민은 민주개혁세력의 대표적 평론가이자 전략적 조언자의 상징입니다.

따라서 문재털래유는 개별 인물들의 묶음이라기보다, 정당의 역사, 원내 정치, 원외 개혁세력, 뉴미디어 플랫폼, 지식인 네트워크를 함께 포괄하는 민주진보세력의 정통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프레임을 흔드는 것은 단순한 비판이 아닙니다. 

- 문재인을 비하해야 민주당의 과거 정통성을 약화시킬 수 있고, 노무현과 문재인을 흔들어야 다음에는 이재명도 흔들 수 있습니다.

- 정청래를 꺾어야 차기 당권 경쟁에서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 조국을 평가절하해야 검찰개혁에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던 과거를 덮고 새로운 연대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 또한 이를 위해서는 뉴스공장과 매불쇼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을 민주당과 분리시키고, 위기의 순간마다 경고와 방향을 제시해 온 유시민의 발언권도 약화시켜야 합니다.

결국 문재털래유를 하나로 묶어 폭력적으로 비난하는 프레임은, 겉으로는 비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주진보세력의 정통성을 해체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권력투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쌓아 온 정치적 자산을 스스로 허물어서는 안 됩니다.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면, 그 원인을 당내 권력투쟁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 뉴미디어 내부에서 벌어진 영향력 경쟁과 상호 공격에서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참담한 선거 결과는 민주당 내부의 권력투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 못지않게, 진보진영 스피커들 사이에서 벌어진 보기 흉한 권력투쟁 역시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힘은 하나로 모이지 못했습니다.

지지자들은 모두 같은 편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진보진영의 스피커들이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고, 서로의 영향력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한쪽을 전적으로 응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하지 못했다”는 한 진보 스피커의 한탄은 단순한 개인적 소회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진보세력이 겪은 내부 분열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말이었습니다.

마음을 다하고 싶어도, 마음을 다하기 어려운 선거였습니다.

이번 권력투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습니다.

굴러들어 온 돌이, 모진 풍파를 견디며 집을 받쳐 온 주춧돌을 향해 잡석이라며 치워 달라고 요구하는 꼴에 가까웠습니다.

민주진보세력은 오랜 시간 수많은 공격과 왜곡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쌓인 역사, 인물, 플랫폼, 지지자들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낡은 것, 방해되는 것, 청산해야 할 것으로 몰아붙이는 순간, 결국 무너지는 것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민주진보세력 전체의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오유-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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