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법사위원장 임기를 마쳤습니다. 물러갑니다.>

변비엔당근 0 55,123 06.27 18:53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 대법정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사태가
헌재의 8대0 전원일치 파면이 결정되자 전 국민이 얼싸안고 환호했습니다.
헌법재판소 윤석열 파면을 위한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저는 헌재 심판정을 나와
헌법의 적을 헌법으로 물리쳐준 헌재 재판관들에게 감사합니다.

민주주의의 적을 민주주의 힘으로 물리쳐 준 국민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습니다.

정치를 하면서 아니 인생을 살면서 이 보다 더 벅찬 감격이 있었던가?
역사의 현장 맨 앞자리에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과 마주 했던 헌재 탄핵심판정 10m도 못되는 직선거리에서 그의 비굴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국회법상 법사위원장이 당연직으로 맡게 된 국회 탄핵소추위원의 임무를 큰 대과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국민들 덕분이었고, 함께 해준 법률대리인 17명의 변호사들, 그리고 국회 탄핵소추단원들 덕분입니다.

오늘 국회 본회의 의결로 저의 법사위원장 사표는 수리되었습니다.
지난 1년여의 법사위원장 활동을 생각해 봅니다.

법조인도 아닌데 법사위원장을 잘 할 수 있겠느냐?
더군다나 헌법재판소 탄핵소추위원은 교체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때 실제 법사위원장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무언의 거시기가 많았습니다.)
이런 시선이 있었기에 법사위원장직을 더 잘 수행하려고 남모르는 고충도 많았고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마음고생도 많았습니다. 대신 국회법, 국회 증감법, 국정조사 및 감사에 관한 법, 형사소송법, 형법, 헌법 등을 읽고 또 읽고 메모하고, 법사위원회 행정실장이 써주는 운영 시나리오에 예상되는 법조항을 볼펜으로 빼곡하게 써 놓기도 했습니다.

전쟁터같은 법사위에서 그나마 기댈 것은 “법대로 운영한다.” 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법사위 열차는 정시에 출발합니다.”와 “대한민국은 관례 국가가 아닙니다. 법치국가입니다.”를 수시로 말했습니다.

“10분간 퇴장하세요.” 채상병 청문회에서 처음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국회법 제49조 1항의 위원장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입니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지지자들은 환호했지만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법대로 원칙대로 밀어부쳤습니다. 각종 청문회에서 저는 법대로 운영하고 단호하게 일처리를 했습니다.

법사위은 타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 모두를 체계자구 심사를 하기 때문에 그 많은 법들을 하루 전날 숙지하고 20~30분 전에 열리는 사전회의에서 법사위원님들께 오늘 통과시킬 법과 계류시킬 법들에 대한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려면 타 상임위 법안들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숙지해야 했습니다. 참으로 법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22대 국회 1년 동안 법사위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갔습니다. 처음 보는 광경도 많았을 것입니다. 지지자들은 통쾌해 했고 반대자들은 분노했습니다. 법사위원장은 하려해 보이지만 고독한 자리입니다. 대한민국의 갈등이 최종적으로 부딪치는 전쟁터입니다. 그 한복판에서 고밀도의 정무적 판단력, 정치적 결단력, 정책적 추진력을 버무려야 했습니다.

특별히 검찰의 특활비, 특경비를 전액 삭감하는 결단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원칙대로 처리했고, 그 반발은 헌법재판소 윤석열 파면 심판정에서 자주 인용되곤 했습니다. 누가 우스개소리로 법사위 때문에 윤석열이 계엄을 일으켰다는 의미로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계엄유발자다.”란 말도 하는 걸 들었습니다.

한사람이 모든 일을 언제나 잘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지난 1년간 법사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저는 국방위로 옮깁니다. 법사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응원과 지지의 박수를 쳐준 국민여러분들께는 한없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저의 법사위원장직 수행에 불만을 품고 저희 집 아파트 입구에서 반대규탄시위를 한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를 반대하는 분들께서는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법사위원장 소임을 마쳤습니다. 물러갑니다. 마지막으로 법사위에서 맹렬히 활동해준 법사위 의원님들, 법사위 전문위원 등 법사위 직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모두 모두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출처 : 오유-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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