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퓨 굿맨(A Few Good Men)

시사

어 퓨 굿맨(A Few Good Men)

hsc9911 0 32,370 08.10 20:42

   채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을 관통하는 핵심은 이른바 'VIP 격노설'이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박정훈 대령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정황이다.

초기에는 사건 관련 인사들이 일제히 "격노는 없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특검을 통해 당시 보고 자리에 있던 핵심 인물들로부터 "실제 강한 질책과 격노가 있었다"는 진술이 확보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자연스럽게 구명 로비 의혹으로 시선이 쏠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인물인 이종호 씨를 통한 '구명 로비설'에 이어, 임성근 전 사단장이 개신교 원로 목사들을 거쳐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구명 청탁을 전달했다는 정황까지 포착된 것이다.

 

교회를 매개로 한 개신교 원로 라인과 사적 네트워크 라인이라는 '투트랙 로비' 의혹은 특검이 규명해야 할 외압의 핵심 실체로 떠올랐다. 

부하의 희생 앞에 책임져야 할 지휘관이 권력의 그늘 뒤로 숨으려 했다는 의혹은 씁쓸함과 분노를 자아낸다.

 

이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권력과 군대의 명예, 그리고 진실 공방을 다룬 명작 영화 《어 퓨 굿맨(A Few Good Men)》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1986년 쿠바 관타나모 미 해병대 기지에서 발생한 가혹행위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부대 내 불법적 사적 제재인 '코드 레드(Code Red)'에 의해 한 병사가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가해자의 변호인을 맡은 군법무관 다니엘 캐피 중위(톰 크루즈 분)와 군감찰관 조앤 갤로웨이 소령(데미 무어 분)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군 수뇌부에 맞서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군 장교로서 전도유망한 커리어를 잃을 위험 속에서도, 두 사람은 부대의 절대 권력자인 제셉 대령(잭 니콜슨 분)을 증인석으로 호출하며 정면 승부를 건다.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법정 클라이맥스 장면은 지금도 생생한 여운을 남긴다.

진실을 요구하며 압박하는 캐피 중위에게 제셉 대령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외친다. "진실? 넌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You can't handle the truth!)" 오만과 권력에 도취한 지휘관이 스스로 자백하게 만드는 이 명장면은, 군대의 진정한 명예란 맹목적인 명령 복종이나 권력 보호가 아닌 '정의와 정직'에 있음을 시사한다.

 

현실의 채상병 사건 역시 영화 속 질문과 맞닿아 있다. 군 고위 지휘관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 결과가 뒤바뀌고, 권력자들이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들은 영화 속 관타나모 기지의 모습과 닮아있다.

영화에서는 위험을 무릅쓴 군법무관들의 결기와 법정 투쟁을 통해 진실이 드러났지만, 현실에서는 특검이라는 법적 절차를 통해 그 진실이 비로소 밝혀지고 있다.

"진실을 감당할 수 없다"며 권력 뒤에 숨으려는 이들에게, 현실의 법과 정의가 어떤 답을 내릴지 눈여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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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유-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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