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은 2002년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통합21에 입당해 정몽준을 대통령 후보로 지지했다. 이 일을 두고 그는 30여년간 배신자, 철새로 불리었고 심지어 김민석 자신과 아무런 연관없는 후단협에 포함되어 비판 받기도 했다. 나는 김민석을 배신자나 철새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학생운동경력이 있는 정치인들을 당연히 진보의 가치아래 두려하지만 김민석은 태생부터 엘리트 보수주의자이다. 김민석은 김대중에게서 보수를 발견하고 따랐다. 노무현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 김민석은 자신의 이상과 가치에 반하는 노무현을 돕기보다 정몽준을 축으로 중도보수세력을 규합하여 본인의 가치에 완전히 들어맞는 정당을 만들 기회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지도 않은 일이지만 월드컵 특수를 업은 정몽준의 인기는 대단했고 김민석의 이상을 이루어줄 합리적인 도구였다. 대중은 정몽준을 버스비도 모르는 바보로 기억하지만 정몽준은 재벌의 황태자로 엘리트교육을 받았고 김민석은 노무현보다 정몽준이 심리적으로 훨씬 가까웠다.
"아니, 왜 김민석 후보는 표가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지난 전당대회를 결정한건 당대표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말한 이 한 문장이었다. 4위권이던 김민석은 단숨에 1위로 수직상승했고 최종적으로 수석최고위원이 되었다. 2024년 이전 이재명과 김민석의 접점은 찾지 못했다. 어쩌면, 혼자 짐작해보자면, 이재명은 소위 ‘사법리스크’라는 악랄한 프레임에 오래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2023년에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어 수감직전에 몰리고 나서, 충성도 높은 수하들의 정무적 무능함에 치를 떨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2024년 총선에서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민석의 정무적 유능함이 눈에 띄였을 것이다. 두사람은 성장배경이 극과극으로 다르다. 하지만 이념보다 이익과 결과를 중시하는 태생적 실용주의자라는 점에서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이재명은 정무적으로 유능한 엘리트가 필요했고 김민석은 오랜 공백기를 일거에 뒤집을 기회를 잡았다.
정청래는 친명이다. 정확히는 친권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무릎꿇고 발바닥을 햟으라'하면 김민석은 주저하겠지만 정청래는 햟을 인물이다. 정청래는 충성스럽고 김민석은 유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념과 가치를 중시하며 충성스러운 사람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건 정치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능한 지지자를 원한다. 지선 후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훈계는 정청래나 민주당에게만 향하는 것은 아니다.
2개월 후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이 생겨날 것이다. 거기에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 : 오유-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