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20대 청년층, 특히 남성 중심 커뮤니티의 급격한 우익화나 특정 진영 편향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이를 두고 단순히 "그 세대의 인성 문제다", "이기적이다"라며 개인의 철학 문제로 치부하는 시선이 많지만, 구조적으로 들여다보면 이건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정보 생태계의 독점’이 만들어낸 인지적 고립에 가깝다고 봅니다.
우리가 어떤 가치관을 형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주변에 흐르는 정보의 절대량과 상식의 기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20대 남성들이 처한 온라인 환경은 매우 기형적입니다. 웹사이트 분석 지표인 시밀러웹(Similarweb) 등의 국내 커뮤니티 트래픽 순위를 보면, 디시인사이드와 에펨코리아(펨코) 두 곳이 압도적인 1, 2위를 다투며 전체 남성 커뮤니티 점유율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루 수억 페이지뷰가 나오는 이 거대한 두 공룡 플랫폼은 이미 수년 전부터 보수·우익 성향의 담론이 완벽한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제는 이 안에서 정보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입니다. 이른바 '개념글'이나 '인기글' 시스템은 철저히 다수의 동조를 얻은 글만 상단에 노출시킵니다. 알고리즘과 유저들의 추천 압박 속에서, 주류 의견과 다른 팩트 체크나 균형 잡힌 시각은 '유입', '선동'이라는 낙인이 찍혀 철저히 배척당합니다. 미디어 사회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에코 챔버(Echo Chamber, 메아리방) 효과’와 ‘필터 버블’이 가장 극단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인 셈입니다.
여기서 자라나는 세대는 뉴스 언론이나 교과서보다, 커뮤니티의 념글과 유머 밈(Meme)을 통해 세상의 시사, 역사, 젠더, 사회 이슈를 처음 접하게 됩니다. 가짜뉴스나 교묘하게 왜곡된 편집글이 '재미있는 유머'의 탈을 쓰고 매일 반복 노출되면, 청년들은 이를 비판 없이 수용하며 '밑바탕 상식'으로 쌓아 올립니다. 토대 자체가 편향되게 기초 공사가 끝나버리니, 나중에 아무리 객관적인 언론 보도나 정부의 공식 통계 자료를 보여주어도 "저것들은 선동당한 것이다"라며 자신의 기존 신념을 방어하는 '확증 편향' 단계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 현상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우리가 외부 세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북한이나 중국의 청년 세대들이 겪는 인지적 오류와 구조적으로 너무나 닮아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북한이나 중국의 세대들이 폐쇄적인 체제 속에서 당과 국가가 제공하는 왜곡된 정보, 가짜뉴스만 보고 들으며 자라기 때문에 외국의 시선에서는 명백히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그것이 절대적인 정의이자 상식이라 믿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물론 한국의 청년들은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대안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특정 커뮤니티 안에서 소비하고 그 안의 여론을 '세상의 전부'이자 '국민들의 진짜 민심'이라고 믿는 순간, 물리적 통제가 없더라도심리적·시스템적으로는 북한의 폐쇄적 정보 환경에 갇힌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됩니다.
결국 지금 일부 청년층이 보여주는 극단적인 편향성은, 그들이 특별히 잘못된 주체여서가 아니라 오염된 정보 생태계가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물'입니다. 보여지는 것만 보고 자란 환경이 인간의 인식을 얼마나 강력하게 지배하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의 온라인 정보 독점과 고립이 얼마나 위험한 수위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 : 오유-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