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지금 만나: 세상 가장 우아한 전쟁터, APEC 경주 ]

시사

[ 우리 지금 만나: 세상 가장 우아한 전쟁터, APEC 경주 ]

전피디 0 15,999 12:28

[ 우리 지금 만나: 세상 가장 우아한 전쟁터, APEC 경주 ]


APEC 경주, 홍보 영상을 봤다.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특유의

‘엉뚱한 반전이 있는 ‘로열 버전’이었다.


GD, 박찬욱, 박지성, 서문 같은

대한민국 대표 셀럽들이 내용을 이끌고,

주인공이어야 할 이재명 대통령은,

슬쩍 '하찮은' 조연으로 던져버린다.


이 유쾌한 비틀기는 다가올 행사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오는 11월, 고즈넉한 도시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국제 이벤트가 아니다.

전 세계 총생산(GDP)의 61%,

교역량의 49%를 주무르는 거인들이 벌이는

진짜 싸움의 장이다.


그리고 이 살벌한 싸움의 기본 규칙은 딱 하나,

'법적 구속력 따위는 없다’라는 것이다.


1. 세계 최강의 '말 잔치’, APEC


APEC,

즉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는

말 그대로, 태평양을 둘러싼 나라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우리끼리 더 쉽고 편하게 장사할 수 있을까?"를

논의하는 ‘거대한 동네 반상회’다.


‘반상회’라고 말하는 이유는 APEC의 가장 큰 본질이

'자발적 참여'와 '비구속적 합의’에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아무리 진지하게 떠들고 약속해도,

각자 돌아가 안 지키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WTO(세계무역기구)처럼 규칙을 어기면 벌칙을 주거나,

EU(유럽연합)처럼 법과 제도로 강력하게 뭉쳐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결정은 만장일치로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그저 악수하고 헤어지는, 신사들의 약속이다.


그래서 APEC을 두고, 실제 결과물 없는,

말만 무성한 '말의 성찬(talk shop)’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느슨함'이 APEC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미국, 중국, 러시아처럼 서로 으르렁대는 나라들이

큰 부담감 없이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구속력 없음' 덕분이다.


"일단 만나서 얘기나 해보자, 손해 볼 건 없잖아?"

이렇게 좀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APEC은 회원국을 '국가(country)'가 아닌

'경제체(economy)'라고 부른다.

이는 중국의 반발 없이 대만을

'Chinese Taipei(중화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참여시키는 방법이 됐다.


APEC의 본질은 강력한 규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판을 까는 것'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2. 보이지 않는 APEC의 진짜 힘


정상들이 만나 악수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화려한 모습 뒤에, APEC의 진짜 힘이 숨어있다.


'관세 인하' 같은 거대한 담론보다,

무역의 실질적인 절차를 개선하는

'무역 원활화'라는 이름의 작업들이다.


APEC이 이뤄낸 성과를 몇 가지 살펴보자.


먼저 APEC 기업인 여행카드(ABTC)가 있다.

APEC 회원국들을 자주 오가야 하는 사업가를 위한

'글로벌 하이패스' 카드다.

이 카드 한 장이면, 여러 나라의 비자를 일일이 받을 필요 없이

공항의 전용 심사대를 통해 빠르고 편하게 출・입국할 수 있다.

기업인들에게는 어마어마한 혜택이다.


둘째, 무역원활화 행동계획(TFAP)이 있다.

기업엔 큰 부담인 수출입 시 복잡한 통관 서류,

길고 까다로운 검사 절차에 드는 비용을 총 10%가량 줄였다.

조용히 수십억, 수백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셋째, 국경 간 프라이버시 규칙(CBPR)이 있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국경을 넘어 고객 데이터를 주고받는 일이 많다.

하지만 나라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달라

법을 어기는 경우가 꽤 많다.

그래서 APEC 회원국들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개인정보보호 인증마크(CBPR)’를 만든 것이다.

이 인증을 받은 기업은 회원국 간에 데이터를

훨씬 안전하고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APEC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

거대한 자유무역협정(FTA)은 아니지만,

바로 그 거대한 협정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고 미리 실험해 보는

'아이디어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직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AI) 거버넌스,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같은

미래의 먹거리 분야에서,

먼저 방향을 제시하고 표준을 만들어가는

‘트렌드세터’인 셈이다.


3. 생존이 걸린, APEC 2025


이번 경주 APEC이 왜 중요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민국 경제는 APEC이라는 거대한 시장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국에 파는 물건 10개 중 7개 이상(수출의 73%)이

APEC 회원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사 오는 물건도(수입의 67.5%)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10대 교역 상대국 중 8개국이 APEC 회원이다.


이 거대한 시장이 흔들리면,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는 가장 먼저 그 충격을 받게 된다.

특히 이번 경주 회의는 우리가 너무 잘 인지하고 있듯,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고 잔혹한 국제 정세 위에서 열린다.


첫째,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는 서방 질서다.

과거처럼 미국이 이끌고 다른 나라들이 따르던

전통적인 동맹 관계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미국의 독선적인 행동과 자국 우선주의는

세계 곳곳의 기존 질서를 찢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또 다른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둘째, 멈추지 않는 고래 싸움이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기술, 무역,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격렬하게 충돌하며

세계 경제를 두 동강 내고 있다.

이는 마치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처럼,

다른 나라들을 힘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들고 있다.


셋째, 전쟁의 일상화다.

러・우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분쟁이 터져 나오면서

‘물류+공급망+소비시장’을 마비시키고 있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돈 속에서,

APEC은 서로 으르렁대는 강대국들이 부담 없이 만나서

물꼬를 틀 수 있는 '지정학적 안전밸브'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2018년,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해,

처음으로 공동성명 채택이 실패하는 파국을 맞았지만,

APEC이라는 대화의 틀 자체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불과 5년 뒤인 2023년 샌프란시스코 회의에서는

바이든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악화 일로를 걷던 양국 관계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극적인 무대가 연출됐다.


이 놀라운 회복력이 바로 APEC의 진정한 힘이다.


4. 이재명 대통령의 승부수


이처럼 살얼음판 같은 국제 무대에서

회의를 주최하는 '의장국'의 역할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대한 정치적 기회이자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물론 어마무시하게 잘할 것을 ‘1’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번 경주 APEC의 성공적인 개최는

이재명 대통령과 우리에게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가장 급한, 미국과의 외교전에서 우위 확보다.”

현재 트럼프의 지나친 변칙과 반칙은

동맹국과 세계 곳곳에서 ‘사건’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반트럼프’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여러 국가가 서로 합종연횡을 꾀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슬그머니 손을 잡는 분위기다.

트럼프도 ‘독재+제국주의’의 길로 가느냐,

아니면 슬슬 출구전략을 세우느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관세 협정과 투자 약속이 진행되고 있는

우리로서는, 미・중 사이 '가교' 또는 '중재자' 역할을

멋지게 해내거나,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유연하게

조율해 낸다면, 예측 불가능한 미국을 상대로

향후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정 운영의 동력 확보다.”

APEC 회의가 열리는 ‘연말+연초+설’은

여론이 집중되는 황금 구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 사이에서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열일하는 조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는 지지율 상승과 국정 안정화로 직행할 것이다.

이런 모습은 그 어떤 정치적 구호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APEC 성공의 기준은 단순하다.

세계에서 가장 힘센 플레이어들을 경주로 불러 모아,

의미 있는 대화의 판을 열어주면 된다.

특히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이 경주에서 성사된다면,

21세기 외교사의 한 페이지가 경주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5. 좀 더 바빠지자!


‘2025 APEC 경주’는 정부나 정치인들만의 행사가 아니다.

우리의 일자리,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총력전이다.


돌고래유괴단의 도발적인 홍보 영상처럼,

APEC이라는 거대한 판을 우리가 어떻게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세상 가장 우아하지만, 동시에 처절한 전쟁터, APEC.

이 무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좀 더 바빠져야 한다.


그래서 추석 연휴 아침에 이걸 만들고 있다.

AI가 많이 도와줬다. 잘 모르는 분야여서… 쩝

모두 연휴 잘 보내시고, 추석 잘 치르시고,

APEC홍보합시다!

17595505621137.png

[출처 : 오유-시사]

Comments

Category
반응형 구글광고 등
State
  • 현재 접속자 233 명
  • 오늘 방문자 5,565 명
  • 어제 방문자 8,131 명
  • 최대 방문자 8,647 명
  • 전체 방문자 1,049,364 명
  • 전체 게시물 110,703 개
  • 전체 댓글수 0 개
  • 전체 회원수 88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