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했었다. “내 고양이는 정말 특별해! 사람처럼 똑똑해!”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물었다. “고양이가 정말 그렇게 똑똑해?” 남자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물론이지! 나에게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라고 알리는데, 내가 자겠다고 하면 몇 번이고 하여튼 '야옹' 거리고 난리야!”
그리고 어느 날 남자는 출근 시각이 다가오자 제시간에 일어났다. 그러나 고양이는 침대에 누워 여전히 잠들고 있었다. 남자는 궁금증에 필름을 감아보듯 카메라를 켜놓고 고양이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위기감을 느끼고 말았다. “내 고양이가 내 일어나는 시간을 맞추고 있는 거였잖아?” 그러자 그때 고양이가 툭 소리내며 눈을 뜨더니, 남자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자는 것이었다.
몇 시간 뒤, 남자가 집에 돌아오자 고양이는 반겨 주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고양이에게 물었다. “왜 나를 반기지 않니?” 고양이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대답했다. “여기 내가 집주인인데?” 그리고 나서 갑자기 남자의 발에 배를 비비며 속삭였다. "네가 일어나는 건 내가 정해주는 '업무'이니까." 남자는 깜짝 놀라며 고양이를 바라봤고, 고양이는 태연히 다시 자리에 누워버렸다.
그제야 남자는 깨달았다. 고양이는 알고 있었다. 인간의 '업무'라는 것은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