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읽고 본 오디세이,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경제

원작 읽고 본 오디세이,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땅콩쨈빵 0 57,671 08.08 19:08

주말에 아이맥스로 봤습니다. 원작을 잘 몰라서 예습으로 미리 훑고 갔는데 그러길 잘했네요

영화 조예가 없어서 부족하지만 몇 자 적어봅니다.

 

극장에서 볼 값은 합니다.

원작을 알고 가니까 좋은 점은 이건 잘 살렸다 싶은 대목이랑 이건 왜 이렇게 했나 싶은 대목이 같이 선명해지더군요.

 

일단 영상미 관점에서 바다 묘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요즘 바다 나오는 영화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어딘가 가볍게 느껴지는데 이건 안 그랬습니다.

배가 파도에 올라탔다가 떨어질 때 그 무게가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

실제로 배 띄워놓고 지중해에서 찍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아이맥스로 본 보람이 여기서 나온거 같네요

 

제일 잘 만든 건 키클롭스 동굴

놀란이 여기서는 거의 호러처럼 찍어요. 거인을 크게 보여줘서 무섭게 하는 게 아니라 좁고 어두운 데서 뭔가 커다란 게 움직이는 소리랑 그림자로 조여옵니다. 원작에서도 이 대목이 오디세우스가 처음으로 머리 쓰는 장면이라 중요한데 그 긴장을 잘 살렸습니다.

 

갠적으로 의외는 키르케였습니다. 캐스팅 화제는 다른 배우들이 다 가져갔는데 정작 극장 나오면서 제일 오래 남은 게 사만사 모튼이더군요. 나오는 시간이 길지도 않은데 뇌리에 가장 깊게 박혔습니다.

원작 키르케가 마녀이면서 동시에 앞길을 알려주는 조력자인데 그 두 얼굴이 연기로 다 나옵니다.

 

음악도 좋았고요. 사극 하면 나오는 그 익숙한 오케스트라 웅장함을 피해간 게 컸어요. 청동 두드리는 소리 같은 게 섞여 있는데 낯설어서 오히려 그 시대 같더군요.

 

다만 초반부 몰입 안되고 언제 시작하는거지 하고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저역시 그런건 있었어요

시간순이 아니고 트로이 전쟁은 한참 뒤에야 나오는데, 예습 안하고 갔으면 왜 시작부터 섬에 갇혀 있나 했을 텐데 원작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 거라 이건 호불호가 있지만 나름의 감독의 철학이 있는거 같네요

 

또 아쉬운 것도 더 적어봅니다.

 

제일 아쉬웠던 건 모험 파트가 순번 소화하듯 지나가는 거였습니다.

원작에서 그 유명한 괴물들 나오는 부분은 한 20%??? 정도인데요 대중적으로 알려진 장면은 거의 다 거기 몰려 있어요.

근데 영화에서 다 넣으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이 괴물 다음엔 저 마녀 식으로 흘러갑니다. 장면 하나하나는 좋은데 쌓이지가 않아요. 손흥민 베스트골 모음집처럼 되는

 

그 부작용인거 같은데 부하들이 누군지 모르는 채 죽습니다. 원작에서 슬픈 건 배 열두 척 끌고 나갔다가 혼자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하나씩 잃어가는 게 핵심인데 영화에서는 죽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도 전에 죽어버리니까 숫자가 줄어도 별 느낌이 없습니다. ㅎㅎㅎ;;

여기는 30분 더 쓰더라도 사람의 서사를 깊게 그렸어야 하지 않나 싶더군요.

 

페넬로페 쪽도 머랄까...

앤 해서웨이는 잘합니다. 배우 문제가 아니라 분량하고 배치 문제예요. 원작의 페넬로페는 그냥 기다린 사람이 아닙니다. 시아버지 수의를 다 짜면 재혼하겠다고 해놓고 낮에 짠 걸 밤에 몰래 풀어서 3년을 벌어낸 사람입니다. 꾀로 버틴다는 점에서 오디세우스랑 완전히 같은 종류의 인간이에요. 영화는 기다리는 쪽으로 기울어 있어서 마지막 재회가 원작만큼 안 와닿게 되었어요.

 

신들을 많이 덜어낸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을지

현실적으로 찍겠다는 방향 자체는 이해해요. 다만 원작에서 그 20년은 그냥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포세이돈이 작정하고 괴롭히는 거고 반대편에는 아테나가 편들어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신들 힘겨루기 사이에 낀 구도가 옅어지니까 남는 건

<<<고생 많이 한 참전 군인 귀향기>>>가 됩니다. 그것도 나쁜 이야기는 아닌데 원작이 가진 결은 아무래도 아니죠.

 

클라이맥스도 생각보다 잔잔했달까?? 활 시험은 원작 전체가 여기 오려고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점입니다. 아무도 못 당기는 활을 거지꼴 노인이 태연히 당기는 그 순간의 정적이 좀 더 임팩트 있었어야 한다고 봐요. 뒤에 붙는 액션도 카메라가 오디세우스 주변을 계속 도니까 누가 어디 있는지 눈에 안들어오고, 세 시간 참았는데 터질 때 덜 터진 느낌이었습니다. 띠용

 

 

+ 원작 알고 보면 재밌는 부분

 

개 아르고스가 영화에서는 비중이 좀 있는데 원작에서는 딱 몇 줄입니다. 사실은 20년 만에 돌아온 주인을 알아보고 꼬리 한 번 흔든 뒤 죽는 게 전부예요. 그 몇 줄이 서양 문학에서 제일 유명한 개 장면입니다. 알고 보니 그 장면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트로이 목마는 일리아스에 안 나옵니다. 일리아스는 10년 전쟁 중에 마지막 해 50일 정도만 다루고 헥토르 장례식에서 끝나요. 목마는 오히려 오디세이아 안에서 남이 부르는 노래로 나옵니다.

 

영화가 트로이 전쟁을 회상으로 밀어넣은 것도 이 구조랑 무관하지 않아 보이더군요.

 

두서없이 써서 지송..;;;;

 

정리하면,,,, 극장에서 보는 건 특히 아이맥스로 한번 보는 상업영화로써는 확실히 값을 합니다.

다만 세 시간에 20년을 다 넣으려다가 정작 이 이야기가 3천 년을 이어온 핵심들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느낌이 많이 남았습니다. 두 편 세편 시리즈로 하던가...

 

원작얘기를 좀 했는데 사실 안 읽고 가도 따라가는데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읽고 가면 이건 이렇게 바꿨구나 하는 재미가 추가되는 정도?

책으로 읽으려면 귀찮으니 쉽게 요약된 서사 스토리 정도만 한번 예습하고 가셔도 더 즐겁게 보시는데 도움은 되실거에요~

[출처 : 오유-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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