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수치’였던 할아버지, 일본 경찰 신문 기록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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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수치’였던 할아버지, 일본 경찰 신문 기록에 있었다

라이온맨킹 0 57,653 08.19 14:50

 

 

한국계 미국인 마거릿 주혜 리
‘비밀의 들판’서 밝힌 독립운동가 가족의 삶
‘집안의 수치’ 같았던 할아버지는 사실
항일 동맹휴학·공산주의 비밀결사 활동
조부의 과거 모르는 정체성의 구멍 탓
한국도 미국도 내 집 같지 않았던 손녀
“세대 간 트라우마 끊어내려 이 책 썼다”
조부 사후 66년간 가족 생존 지킨 할머니
독립운동가 아내도 영웅이란 관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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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하의 국립대전현충원 이장식에 모인 가족들. 왼쪽에서 두번째가 <비밀의 들판> 저자 마거릿 주혜 리. 한겨레출판 제공
아무도 할아버지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를 ‘범죄자’이자 ‘집안의 수치’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27세의 나이로 사망한 뒤 그렇게 잊혔다.

지금 할아버지 이철하(1909~1936)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그는 충남 공주 최초의 항일 동맹휴학을 이끌었고 이후 공산주의 계열 조선학생과학연구회에 가입해 비밀결사 활동을 하다 옥고를 치렀다. 일본 경찰의 신문 조서 속 이철하는 공권력이나 수감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이 당당하다.

한국계 미국인 기자·작가 마거릿 주혜 리의 <비밀의 들판>(한겨레출판·장상미 옮김)은 ‘손녀가 밝혀낸 독립운동가 할아버지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요약은 앙상하다. 리의 야심은 가족사 안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는 동시에, 빈자리를 둘러싸고 할머니, 아버지, 자신으로 이어진 가족 3대의 역동을 그리는 것이었다.

리가 수많은 역사학자에게 묻고 국가기록원을 뒤진 끝에 한 출판사 대표가 법원 지하실에서 비공식적으로 입수해 간직했던 일본 경찰의 신문 기록을 구입한 것은 2000년이었다. 할아버지를 찾는 이야기는 사실상 여기서 끝나지만, 리가 이후 미국에서 <비밀의 들판>을 내기까지는 20년 넘게 걸렸다. 최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리는 “건조한 역사서가 아니라 문학적 회고록을 쓰려 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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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작가 마거릿 주혜 리가 1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리의 가족은 1970년대 미국 휴스턴 교외 지역에서 거의 유일한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아버지는 통계학 교수였고, 가족은 안정적인 생활을 누렸다. 리는 “안락한 가정에서 자란 미국인”이었다고 돌이켰다.

다만 리는 “그 어느 도시에 살면서도 진정으로 내 집에 머무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고 적었다. 집에서, 일자리가 있던 미국 서부와 동부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한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리는 “조부모님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그것이 나와 아버지의 삶에 거대한 구멍처럼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리는 이 정체성의 구멍을 ‘세대 간 트라우마’(intergenerationaltrauma)로 설명했다. “세대에 걸친 트라우마의 선상에 저희 아버지가 계신 거였어요. 제 자녀 세대에는 이 트라우마를 물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이 책을 써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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