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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당근에 의자가 하나 올라왔다.
70년대 다방에나 있었을 법한, 등받이가 부채꼴로 퍼진 나무 의자. 사진이 딱 두 장인데 둘 다 흔들렸고, 설명은 '오래됨. 튼튼함.' 여섯 글자가 전부였다. 나는 이 무성의함에 반해버렸다. 팔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를 태도. 좋은 물건은 원래 자길 설명 안 한다.
가격은 만 오천 원. 채팅을 눌렀다.
이거 아직 있나요.
30분 뒤에 답이 왔다. 네.
그게 다였다. 네. 나는 이 사람이 좋아졌다. 요즘 세상에 물음표도 느낌표도 없이 '네' 한 글자만 보내는 사람이라니. 약속을 잡는데 그쪽에서 장소를 정해주지도 않았다. 그냥 '창신동이요.' 창신동 어디요, 물으니 '오면 알아요.' 나는 이 대화가 점점 재밌어졌다.
토요일 오후에 창신동에 갔다. '오면 안다'던 곳은 정말 가 보니 알았다. 봉제 골목 초입, 미싱 소리가 드르륵 새어 나오는 가게 앞에 그 의자가 덩그러니 나와 있었다. 옆에 앉은 할머니가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물었다. 이거 가져갈 사람이요? 네. 젊은 사람이 이런 걸 왜 사.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좋아서요, 하고 답했다. 할머니가 피식 웃었다. 하여간 요즘 애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만 오천 원을 드렸다. 할머니가 돈을 앞치마에 쑤셔 넣더니, 가려는 나를 붙잡고 박카스를 하나 쥐여줬다. 이건 왜요, 물으니 그냥, 하신다. 그냥. 나는 그 '그냥'이 만 오천 원어치보다 좋았다.
의자를 안고 지하철을 탔다. 사람들이 힐끔거렸다. 등받이 부채꼴이 옆 사람 어깨를 자꾸 찔러서 미안하다고 두 번 사과했다. 근데 하나도 안 창피했다. 오히려 이 의자를 알아보는 눈이 이 칸에 나 하나뿐이라는 게, 좀 우쭐했다.
집에 놓고 앉아 봤다. 삐걱, 소리가 났다. 튼튼함, 이랬는데. 나는 소리 내서 웃었다. 속은 건가 싶다가도, 이 나이 먹은 의자가 삐걱 소리도 안 내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삐걱거리는 게 여태 살아 있다는 증거지.
[출처 : 오유-유머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