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세무서에는 없는 두 글자
'사기'라는 두 글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세무서에 정식으로 신고된 행사명은 '한마음 국제가정 상생 세미나'였다. 강남 빌딩 지하 2층 연회장 입구에는 버젓이 대형 현수막까지 걸려 있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온 200여 명의 참석자들은 그것을 우스갯소리로 '경연대회'라 불렀다.
무대에 올라 자기 수법을 자랑하고, 박수를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이 상을 받았다. 상품은 순금 도금이 들어간 '골든벨 트로피'와 상금 300만 원. 하지만 그 명물 트로피는 작년 우승자가 간판 내리고 도망치면서 반납하지 않아, 올해는 문방구에서 급히 인쇄해 온 얇은 **종이 상장**으로 대체됐다.
"어차피 다들 트로피 보러 온 거 아니지 않습니까? 남의 밥그릇 노하우 빼먹고 상금 300만 원 챙겨가면 장땡이지!"
사회자의 멘트에 장내에 기괴한 폭소가 터졌다. 종이 상장 하나와 현금 봉투가 놓인 무대 위로, 첫 번째 발표자가 조명을 받으며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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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 "수치심이라는 완벽한 방어벽" (탈북 업자 대표)
첫 번째 발표자는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탈북민 출신 업자였다. 그는 스크린에 법전 사진과 표준계약서 한 장을 띄웠다.
"반갑습니다. 압록강 건너올 때부터 남한에 도착할 때까지 사람 값을 매겨온 사람입니다."
그는 청중을 둘러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저희 기술의 핵심은 '상대가 입을 열 수 없는 자리'를 만드는 겁니다. 쉰 넘은 남한 사내놈이 스물두 살짜리 동남아·북한 처녀 사진에 낚여서 3천만 원 날렸다는 걸, 경찰서 가서 젊은 형사 앞에서 입으로 털 수 있겠습니까? 창피해서 절대로 입 못 뗍니다. 피해자의 수치심이 곧 우리의 완벽한 방어벽입니다."
좌중에서 끄덕임이 터져 나왔다. 그가 스크린의 계약서 조항을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켰다.
"그리고 계약서에 딱 한 줄만 써두면 법도 우리를 못 건드립니다. **'본 회사는 만남을 주선할 뿐, 성혼을 보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만남이라는 용역을 제공했으니 사기가 아닙니다. 여자가 마음이 변해서 튄 건 자연의 이치지요. 남한 사람들은 증거를 보지만, 우리는 증거가 필요 없는 수치심과 법의 구멍을 봅니다."
장내에 나지막한 박수가 흘렀다. 관록이 묻어나는 클래식한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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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 "2,500만 원 매몰비용의 덫" (남한 자생 업자 대표)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기름진 2:8 가르마의 박 사장이었다. 그는 앞선 발표자를 향해 허허 웃었다.
"앞선 사장님 기술도 좋습니다만, 그건 한 번 따먹고 끝나는 '단타' 아닙니다. 진짜 명인은 **한 사내를 두 번 도축**합니다."
박 사장은 레이저 포인터로 수치 차트를 가리켰다.
"미얀마에서 3,500만 원짜리 '꽝 복권'을 팔아치운 뒤, 사내가 눈물을 흘릴 때 이렇게 말합니다. *'형님, 미얀마 현지 브로커한테 저도 속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낸 2,500만 원이 아까우니, 차비 빼고 650만 원만 더 내십시오. 검증된 베트남으로 바꿔드립니다.'*"
장내가 조용해졌다.
"그럼 사내는 자기가 2,500만 원 할인받는 줄 착각합니다. 추가 650만 원을 빚내서 바치고, 신부 지참금 1,000만 원을 자기 주머니에서 직접 꺼내 신부한테 안겨줍니다. 미얀마에서 한 번, 베트남에서 또 한 번! 업자 손해는 0원, 순이익은 두 배. 피해자는 나를 사기꾼이 아니라 '인생의 구원자'로 섬기며 베트남 아내 안고 눈물 흘립니다. 이것이 매몰비용 심리 공작입니다."
"와!" 하는 환호와 함께 참석자들이 고개를 격렬히 숟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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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장: "제작비 zero의 무한 회전 A급 배우 시스템" (청년 대표)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30대 초반의 세련된 청년이었다. 유튜브에서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국제결혼 업체 대표였다.
"다들 훌륭하시지만, 여전히 1차원적이십니다."
그가 스크린을 켜자, '정채연·기희현 닮은꼴'의 압도적인 미얀마 20대 초반 여성들의 실물 영상이 재생되었다.
"현지 최상급 미인들은 하루 500달러짜리 알바 따위에 안 움직입니다. 가짜 결혼식 한 번 해주는 대가로 최소 1,800달러에서 1,000만 원이 필요하죠. 그 거액을 업자 주머니에서 줍니까? 하수입니다. 저는 '신랑 돈으로 가짜 신부의 고액 출연료를 지불하는 완전 무위험 메커니즘'을 완성했습니다."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
"신랑한테 '사랑하는 아내에게 줄 지참금' 명목으로 현찰 1,000만 원을 직접 신부 손에 쥐여주게 만듭니다. 업자 지출 0원! 신랑은 자기 돈으로 자기를 속일 최고급 배우의 출연료를 직접 바칩니다. 가짜 신부는 3일 동안 신혼여행 연기를 해준 뒤 쿨하게 차단하고 기숙사로 복귀합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다른 업체, 다른 신랑 옆에서 똑같은 드레스를 입고 또 1,000만 원을 받습니다."
그가 청중을 둘러보며 말을 맺었다.
> **"그 기희현급 아가씨들은 존재하는 실물입니다. 다만 한국행 비행기표를 절대로 끊지 않을 뿐이죠. 우리는 환상을 팔고, 제작비는 피해자가 대며, 수치심이 입을 막고, 법은 계약서 뒤에 숨어 우리를 보호합니다. 이것이 완벽한 생태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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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종이 상장과 늦은 아침
"올해 '한마음 국제가정 상생 세미나' 최우수상은 3번 발표자!"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회자는 300만 원이 든 뚜거운 현금 봉투와 함께, A4 용지에 잉크젯으로 출력한 얇은 '종이 상장'을 청년에게 건넸다.
"트로피가 없어서 좀 썰렁하지만, 300만 원이 진짜 상장 아니겠습니까!"
업자들은 양주잔을 부딪치며 서로의 기술을 칭찬했고, 명함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동남아·북한 라인업 카르텔을 구축했다. '사기'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들이 나눈 기술들은 다음 날부터 전국의 유튜브 광고와 블로그, 그리고 단칸방에서 잠 못 이루는 50대 사내들의 휴대폰 화면 위로 화려하게 뿌려졌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대회를 마친 업자들은 강남의 고급 호텔에서 느긋하게 늦은 아침을 먹었다. 그들의 테이블 위 휴대폰에서는 비행기표를 끊고 찾아올 다음 '타깃'들의 가입 상담 전화벨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완 ―
[출처 : 오유-유머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