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8월 5일에 개봉예정인 세계적인 거장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오디세이아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이 영화 오디세이에는 원작인 오디세이아처럼, 고대 그리스의 영웅인 오디세우스의 모험담을 기둥 줄거리로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서사시 오디세이아에는 외눈박이 거인인 키클롭스가 등장하는데, 당연히 영화 오디세이에도 키클롭스가 등장합니다.
오디세이아와 영화 오디세이의 키클롭스는 사람을 잡아먹는 흉폭한 괴물로 묘사되고, 이 키클롭스한테 부하들을 잃은 오디세우스는 키클롭스가 키우는 양떼의 배에 매달려 키클롭스가 사는 동굴을 힘들게 빠져나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대 그리스로부터 멀리 떨어진 훗날의 조선에서도 이 키클롭스와 비슷한 괴물에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대략 조선 말엽에 나온 저자를 알 수 없는 문헌인 청구야담을 보면, 제주도에 사는 노인이 젊었던 시절에 20여 명의 동료들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거센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배가 먼 섬으로 표류했는데, 그 섬에서 키가 큰 거인을 만났다고 언급됩니다.
섬의 거인은 언덕 위의 높은 집에서 살았는데, 키가 무려 60미터나 되었고, 허리의 둘레는 열 명의 사람들이 끌어안아야 할 만큼 굵었으며, 얼굴은 먹물처럼 새까맣고, 두 눈동자는 등잔불처럼 빨갛게 타올랐고, 머리카락과 수염은 붉은 실처럼 생겼으며. 목소리는 마치 당나귀의 울음소리와 같아서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고 전해집니다.
노인 일행을 본 거인은 커다란 두 손으로 일행들을 모두 잡아채서는 집 안으로 끌고가서 집의 대문을 닫더니 나무 장작들을 가져와서 마당에 쌓아 불을 지르고는 일행 중의 키가 큰 젊은이 한 명을 한 손으로 움켜잡더니, 곧바로 장작불에 던져 태워 죽이고는 한 손으로 젊은이의 시체를 잡아서 입으로 가져가더니 게걸스럽게 먹어치웠습니다.
그 이후에 거인은 큰 항아리에 보관된 술을 마시고는 천둥처럼 코를 골며 잠들어 버렸는데, 그 틈을 노려 노인 일행은 옷 속에 넣어 둔 칼을 꺼내서 거인의 눈을 찔렀습니다.
그러자 거인은 고통스러워하면서 일행들을 잡고자 두 손을 휘저었는데, 노인 일행들은 집의 뒤뜰에 놓인 울타리 안에 양과 돼지들이 60여 마리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재빨리 울타리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습니다.
눈이 다쳐 앞을 못 보게 된 거인은 대문을 열고는 양과 돼지들을 집 밖으로 내보냈는데, 행여 가축들이 다 빠져나간 뒤에 남은 일행들을 잡으려는 속셈에서였습니다. 그러나 노인 일행들은 각자 양이나 돼지를 등에 지고 나갔기에, 거인이 아무리 손으로 만져봐야 짐승들만 만질 뿐이어서 일행들을 붙잡아두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빠져나간 노인 일행들은 배로 달려가 타고는 떠날 준비를 했는데, 거인이 언덕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자, 잠시 후 거인과 똑같이 생긴 3명의 거인들이 나타나더니 배를 향해 몰려왔습니다.
거인들이 뱃전을 잡고 배를 당겨보려 하자, 일행들은 배의 돛대로 거인의 손가락을 내려찍고 거인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안 서둘러 배를 띄우고 바다로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이 청구야담의 설화는 오디세이아의 키클롭스 이야기와 그 구조가 매우 흡사합니다. 키클롭스가 일행 중 한 명을 잡아먹자 겁에 질린 오디세우스와 그 부하들은 키클롭스가 포도주에 취해 잠든 사이에 뜨겁게 달군 나무 끝으로 키클롭스의 눈을 찔러 장님으로 만들고, 그 후에 키클롭스가 키우는 양떼의 배에 매달려 거인의 수색을 피해 달아납니다.
마찬가지로 청구야담에서 제주도의 노인 일행들도 거인이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칼로 눈을 찔러 장님으로 만들고, 그 후에 거인이 키우는 양과 돼지들을 등에 지고가서 거인의 수색을 피해 달아납니다.
작성된 연대로 따지면 오디세우스가 청구야담보다 더 먼저이기 때문에, 오디세우스의 키클롭스 설화가 조선에 전해져 청구야담의 거인으로 변했다고 봐야 적합할 듯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경로를 거쳐 고대 그리스의 키클롭스 설화가 조선에 흘러들어왔던 것일까요? 신기한 일입니다.
[출처 : 오유-유머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