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국제결혼 미끼 알바 하던 아가씨(방망이 깍던 노인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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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제결혼 미끼 알바 하던 아가씨(방망이 깍던 노인 패러디)

미스터부기 0 68,265 07.26 13:16

## 미얀마 국제결혼 미끼 알바 하던 아가씨(방망이 깍던 노인 패러디)


벌써 십수 년 전 일이다. 양곤의 어느 고급 리조트 로비 구석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국에서 온 아는 형님의 국제결혼 매칭 자리에 동석했다가, 나는 그곳에서 한 미얀마 아가씨를 만났다. 스물두어 살쯤 되었을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피부가 고운, 마치 한국의 이름난 아이돌을 떠올리게 하는 미인이었다.


그 아가씨는 테이블에 손거울을 올려놓고 진득하게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한 번 바르고는 휴지로 눌러 지우고, 다시 붓끝으로 입술 선을 정성스레 그렸다. 그 손길이 어찌나 더디고 치밀한지 옆에서 보는 내가 다 조급해질 지경이었다.


밖에서는 한국에서 온 신랑감이 초조하게 땀을 닦으며 서성이고 있었고, 현지 사기 업자는 내게 연신 눈짓을 주며 아가씨를 촉구했다. 나는 견디다 못해 한마디 던졌다.


"이봐요, 아가씨. 시간이 없소. 대충 바르고 어서 나가서 수줍게 웃어주기만 하면 되지 않소? 어차피 30분 앉아 있다가 500달러 받고 빠지는 미끼 알바 아니오?"


아가씨는 들은 척도 않고, 손거울을 눈높이로 들어 아이라인의 끝을 아주 미세하게 고쳐 그렸다.


"아직 아니에요. 미소의 각도가 안 맞아요."


"무슨 미소의 각도란 말이오? 한국 신랑은 어차피 예쁜 얼굴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데, 그만하고 얼른 나가시오. 500달러면 현지 몇 달 치 월급인데 유세가 너무 심한 거 아니오?"


아가씨는 거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무덤덤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대충 하면 안 돼요. 한국 남자는 바보 같아 보여도, 자기를 진짜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는 본능적으로 느껴요. 내가 이 500달러짜리 미끼 노릇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그 남자는 마음에 의심을 품고 나중에 3천만 원짜리 본 계약에 도장을 안 찍어요. 이 립스틱 색깔과 눈빛이 그 남자의 경계심을 완전히 무장해제시켜야 해요."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남의 피땀 어린 돈과 인생을 도축하는 사기극의 톱니바퀴 노릇을 하면서, 무슨 대단한 장인이라도 된 양 저리 유세를 떠는가. 참으로 야속하고 뻔뻔하기 짝이 없는 아가씨였다.


"급하시면 다른 알바 쓰세요. 전 제 일에 적당히라는 건 없으니까요."


아가씨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을 잘라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립스틱 붓을 들어 입술 산의 모양을 다듬기 시작했다. '다른 데 가서 사시오' 하고 돌아서던 그 고집스러운 방망이 깎던 노인의 얼굴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한참을 더 거울을 보며 머리칼 한 털, 속눈썹 한 가닥의 오차까지 다듬은 뒤에야 아가씨는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국인 신랑감이 기다리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 순간, 아가씨의 얼굴이 거짓말처럼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거울을 보던 그 차갑고 타산적인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세상에서 가장 순박하고 수줍은, 신랑을 진심으로 사모하여 어쩔 줄 몰라하는 눈빛이 그 눈동자에 채워졌다. 살짝 고개를 숙이는 각도, 수줍게 입술을 깨물며 지어 보이는 미소.


그 모습을 본 한국 신랑의 눈은 순식간에 풀려버렸고, 감격에 겨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 남자는 이미 500만 원이라는 미끼 값을 허공에 날린 줄도 모른 채, 3천만 원짜리 참혹한 사기의 늪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아가씨는 약속된 30분이 지나자, 수줍은 표정으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리조트 뒷문으로 돌아 나와 업자에게 현금 500달러를 받아 챙긴 뒤, 미련 없이 택시에 올랐다. 차창 너머로 나를 건너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다시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 후로 나는 세상의 수많은 거짓과 가식, 그리고 허술한 선의들을 목도했다.


가끔 진심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허술하고 무책임하게 타인의 삶을 흔들어놓는 사람들을 볼 때면, 이상하게도 양곤 리조트 구석에서 립스틱을 칠하던 그 미얀마 아가씨가 떠오른다.


타인의 순정과 평생의 저축을 도륙하는 그 비정한 사기판 속에서, 오직 500달러라는 대가를 위해 자신의 미소와 눈짓 하나까지 오차 없이 다듬던 그 서늘한 완벽함.


그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악이었으나, 동시에 '진심'마저도 숫자와 연기로 계산되어 거래되는 비정한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가장 기괴하고 서늘한 '비극의 장인 정신'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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