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의 결론(스포일러 포함)

유머

오징어 게임의 결론(스포일러 포함)

대양거황 0 81,746 07.13 15:40

사람은....!


"사람은 말이 아니야. 사람은....!"

쌍용자동차 강제진압과 그 이후 이어진 몰락, PTSD 등으로
직장 잃고 이혼하고 딸의 사랑까지 잃어버리고
늙으신 엄마 지갑에서 돈이나 훔쳐서
경마나 하던
딱하고 가엾은 쓰레기
성기훈이

1시즌 게임을 통해서
괴물이 되지 않고도 1등을 했어요.

혼자서 그 돈 가지고
LA 가서 딸과 함께 살면 되는데
차마 그걸 못하고 다시 돌아와서
오징어 게임에 다시 들어가면서 2시즌이 시작되지요.

게임의 룰에 복종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게임 자체와 싸우려고
유혈폭동을 일으켰다가 결국 실패하고
동지들을 죽이고 마는 것이
2시즌의 결말입니다.

3시즌은 실패한 혁명 이후의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사회에 다시 내던져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왜 나만 죽이지 않았냐고
성기훈은 부르짖습니다.

안 죽이지요.
시스템은 내면까지 죽여서 규율을 관철하고 싶어하니까요.

실패한 혁명세력에게는
회유를 통한 항복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언제나 그렇지요.

그걸 받아들이면 프론트맨이 됩니다.
우울하고 치욕적이지만
권력과 영예가 주어지는 전향자가 됩니다.
대부분은 그렇게 되지요.

하지만 사람은....!

칼이 있어도 안 쓸 줄을 알고
자신이 죽을지라도 차마 못하는 것이 있고
죽음을 택함으로써 영원히 사는
그런 선택을 할 줄도 아는 존재입니다.

1, 2, 3시즌을 거치면서
인간 쓰레기 성기훈은
진짜 사람이 되어 죽습니다.

겉보기에는 실패했지요. 많은 동료들을 죽였고요.
그럼에도 죽지 않는 무엇인가를 이루었습니다.

제가 인상깊게 보았던 것은
"새벽"과 "노을"이라는 존재입니다.
이 두 명의 탈북민 여성들의 이야기가
메인스토리와 잘 안 들러붙고

자꾸만 삐걱거린다는 것을
감독이 몰랐을 리가 있나요.

그럼에도
성기훈이 쓰레기에서 진정한 사람으로 완성되는 여정에

저 두 명의 대조적이면서도 묘하게 일관되는
"북한"이라는 잊혀진 그늘로서의 존재가
새벽빛처럼 아스라한 노을빛처럼
자꾸만 비쳐들게 했다는 것이
무척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습니다.

오징어 게임.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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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시즌을 거치면서
>인간 쓰레기 성기훈은
>진짜 사람이 되어 죽습니다.

이 표현 진짜 좋네요.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여러가지로 빈틈도 많고 스토리도 좀 매끄럽지 않았던 시즌2/3였지만... 감독이 용기내서 선택한 엔딩 아닐까 싶습니다. 성기훈도 살고 애기도 살고 관객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해피엔딩이었다면 오락적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더 올라갔을테지만... 그런 엔딩의 유혹을 뿌리치고 메시지를 끝끝내 지켜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죽음을 선택하고 받아 들이지만 그 신념이 무엇이냐에 따라 가치와 평가가 달라지지요.
2부 초반에 배치한 딱지맨 공유의 죽음은 3부 결론의 대비를 위한 장치가 아닌가 싶네요.


딱지맨도 죽었지요. 인간은 쓰레기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죽음을 불사했어요.
맞다, 맞다!!!!!
딱지맨의 증오와 광기의 배경도 흥미로웠지요.
아버지 때문이었어요.
아버지가 자신에게 애걸복걸하는 순간에 쏴버리면서 뭔가 희열을 느꼈고 쓰레기같은 인간 본성을 이끌어내는 짓을 자발적으로 했지요.
엄청나게 이데올로기적인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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