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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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심해열수구 0 60,052 08.08 19:06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의해 지옥이 관측된 이후, 


사람들은 심판을 피하기 위한 기상천외한 생각을 쏟아냈다. 


그 중 지옥을 포화 상태로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다.


사후 세계가 물리적 실체인 만큼 


제한된 공간을 점유하고 있을 거라는 


전제하에 내린 주장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지옥의 크기가 얼마인지 궁금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의 정밀 관측 결과, 


지옥의 범위는 태양에서 토성까지의 거리와 비슷했다.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지옥의 크기가 한정돼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각 정부는 이른 바, 지옥 폐쇄 작전을 시작했다.


생명 공학 기술로 생산된 복제 인간을 


지옥에 보낸다는 계획이었다. 


설비 포트 안에 막 눈을 뜬 복제 인간들이 


처음 한 말은 신을 저주하는 말이었다.


미리 설정해 둔 시스템에 의해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 포트와 연결된 호스로 


가스를 주입하며 즉각 폐기했다. 


복제 인간을 생산하는 공장이 지구 곳곳에 들어섰고, 


로봇들이 쉬지 않고 공장을 가동했다.


그런데도 일 손이 부족하자, 


로봇에게 일을 빼앗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었다.


지옥 폐쇄 작전이 시작된 후, 


복제 인간 생산은 지구촌의 주류 산업이 되었다.


언젠가 지옥이 포화가 되어 영혼을 수용할 수 없을 때, 


비로소 이 산업도 종말을 맞게 될 터였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지옥은 폐쇄될 기미가 없었다.


토성 궤도를 아우르는 거대한 크기 앞에 


지구가 보내는 영혼의 숫자는 턱없이 모자랐던 것이다.


이에 생산 공장을 늘렸고, 


나중엔 지을 땅이 부족해지자 달과 화성에도 지었다.


대규모 생산 단지가 달과 화성 표면을 가득 뒤덮었다.


지구와 달, 화성은 삼위일체가 되어 


수많은 복제 인간을 지옥으로 보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지옥을 관리하는 저승사자가 신에게 보고했다.


       "지옥이 영혼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더는 새로운 영혼을 거둘 수 없게 됩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오,


     내 창세 이후 처음 듣는 황당한 소식이오."


신은 어이가 없었다.


저승사자는 그간 있었던 일을 소상히 아뢰었다.


신은 분노했다.


    "감히 내 질서를 어지럽히다니!! 


     내 특히 인간을 아꼈건만, 간사한 짓거리를 일삼다니!!"


저승사자가 황망해하며 말을 올렸다.


        "고정하옵소서, 


         얄팍한 꾀로 애꿎은 영혼들이 


         지옥에 온 만큼


         법을 고쳐보심이 어떠신지요..?"


신은 단호했다.


     "내 창세 이후 정한 법도를 바꿀 생각은 없소이다.


      다른 방안을 마련해보시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저승사자가 말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불의 형벌을 중단하고,


          그들에게 일을 시켜봄이 어떠신지요.?"


신은 짜증이 났다.


      "한번 정한 법은 바꿀 생각없다고 


       내 말하지 않았소."


저승사자가 부드럽게 말했다.


         "법을 손댈 필욘 없으십니다. 


          다만 형벌을 노역으로 


          대체하는 겁니다."


신은 궁금해 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무슨 일을 


       시킨다는 게요?"        


         "지옥을 확장하는 공사를 맡기는 겁니다.

 

          그것도 하나의 형벌이 될 겁니다."


      "음.. 좋소, 당장 시행토록 하시오."


이 소식은 제임스 웹 망원경에 의해 지구에 알려졌다.


지옥이 확장되고 있다는 관측 데이터를 보내온 것이다.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자기들이 보낸 복제 인간이 지옥을 넓히고 있었다.


자가당착에 빠진 인간은 황급히 주류 산업과 손절했다.


태어나자마자 뜻하지 않게 지옥으로 갔던 복제인간들은 


지옥에서 땀을 흘리며 그들의 주인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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