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서 탄생한 소비 구조, 무한리필
'도덕적 해이' 무단 반출로 자영업자 한숨
불황에서 질서 문제로…소비 윤리 '흔들'"10ℓ짜리 김치통에 돈가스 26장을 꽉꽉 채워 넣어 가져가려다 걸린 사람도 있어요."
지난 1일 낮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의 한 식당은 점심을 맞아 몰려든 직장인 100여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해가 지면 호프집이지만, 점심에는 인당 8000원에 돈가스와 짬뽕, 탕수육, 각종 나물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밀려드는 손님들과는 별개로 매니저 강푸른씨(33)의 표정은 복잡했다. 벽에 붙은 '최근 지속적으로 음식을 몰래 반출하려다 적발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는 경고문이 그의 심경을 대변했다. 강씨는 "며칠 전 30대 남성이 돈가스 17장을 등에 넣고 나가다가 등이 너무 툭 튀어나와 있어 잡았다"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뷔페형 식당 입구에 음식 무단반출을 경고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에는 김치통에 돈가스 26장을 담아간 사례 등 업주의 고충이 담겼다. 박호수 기자
지난 1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호프집에서 직장인들이 점심 8000원 무한리필 뷔페를 이용하기 위해 음식을 담고 있다. 박호수 기자
불황 속에 무한리필을 앞세운 뷔페형 밥집의 규칙은 자율적인 이용 질서다. 그러나 그 빈틈을 노린 도덕적 해이가 무단 포장·반출이라는 일탈 행위로 나타나고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한식 뷔페를 운영하는 정인숙씨(59)는 "단골이 커다란 배달 용기를 챙겨 와 나물을 쓸어 담다 걸린 적도 있다"며 "배신감에 손이 떨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서에 가자고 해도 사과 한마디 없이 '혼자 살아서 저녁에 먹으려 했다'고 우겨대니 미칠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음식을 몰래 빼돌리는 손님은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업주들 사이에선 여러 매장을 돌며 상습적으로 반출을 시도하는 손님 정보가 공유되기도 한다. 반찬 등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식당이어도 무단 반출은 명백한 범죄로,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출처 : 오유-유머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