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이를 업고 27층짜리 아파트를 계단으로 오르내립니다. 지난 달 인천에 내린 폭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못 쓰게 된 건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째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아빠는 아이 손을 꼭 잡았습니다.
등에 둘째 아이를 업었습니다.
이렇게 18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임동혁/18층 입주민 (5살·2살 아이 아빠) : 예인이 나이만큼 갈 수 있겠지? 5층까지만… {아니요. 저 10층까지 갈 수 있어요.}]
다리가 아파도, 숨이 턱에 차도 아이는 씩씩합니다.
[임동혁/18층 입주민 (5살·2살 아이 아빠) : 안아줄까? 괜찮겠어? {다리 아파요.} 하나 둘 셋. {힘내라. 힘내라.}]
지금 이 생활, 한 달 전 시작됐습니다.
지하 주차장으로 쏟아지던 물은 급했습니다.
누런 흙탕물에 차량들이 잠겼습니다.
지난해 입주한 27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상상도 못했습니다.
[유정복/인천시장 (지난 8월 20일) : 시장은 그렇게 막 무책임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회의를 통해서…]
침수 일주일 만에야 시장이 찾아왔고 빠른 복구를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아빠와 아이들은 아직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5살 첫째는 2살 동생이 걱정입니다.
[임예인/5살 : 비가 많이 와서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제 동생이 많이 아파서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는데…]
160여 세대 이 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다르고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늙은 부모를 모시고, 임신한 태아를 살펴야 합니다.
[한초롱/8층 입주민 (26주차 임산부) : 어쩔 수 없이 출근도 해야 하고. 혹시 아이가 많이 힘들까봐…]
왜 아직까지 이런 상황인지 돌아봤습니다.
지하 2층에 마련된 휴게 공간에 와봤습니다. 이렇게 창문은 다 깨진 상태고요.
운동 기구들도 한번 비춰주시죠. 물에 잠긴 모습이 그대로 확인됩니다.
안쪽으로 더 걸어가 보면 피트니스라고 적힌 공간이 나오는데요.
지금은 이 안쪽까지 다 물에 잠겨서 쓸 수 없는 상태입니다.
주차장 빗물은 뺐지만 전기와 수도조차 다 복구하지 못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언제 가동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출처 : 오유-유머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