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던 광복절이 이젠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이 됐어요."
재일동포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3)가 광복절을 앞두고 뜻 깊은 만남을 가졌다. 허미미는 14일 서울 마포구 독립유공자유족회 사무실을 찾아 독립유공자 후손 70~80대 어르신 20명에게 인사드리고 점심을 대접했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 5대손이다. 할머니 유언에 따라 2022년 나고 자란 일본을 떠나 한국에 와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일 이중국적이던 그는 2023년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이날 만남은 허미미가 대한적십자사에 연락해 "광복절을 맞아 어르신들에게 사비로 맛있는 식사를 선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이뤄졌다. 대한적십자사는 '독립유공자 후손 돕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허미미는 대한적십자사(경북) 홍보대사다.
이날 오전 훈련을 반납하고 진천선수촌에서 상경한 허미미는 "한국에서 많은 응원과 도움을 받았다. 메달을 많이 따 받은 사랑을 갚는 것도 방법이지만, 광복 80주년을 맞아선 꼭 나와 같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 '덕분에 대한민국 국가대표 허미미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허미미는 어르신에게 일일이 인사드리며 손을 꼭 잡아드렸다. 인근 한식당으로 옮겨 이어진 식사에선 허미미가 음식을 손수 어르신들의 테이블까지 날라 박수를 받았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활짝 웃었다. 어르신들은 "내년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서 유도 종죽국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달라"며 허미미의 등을 두드렸다.
이상욱 독립유공자유족회 이사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우리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준 허미미가 기특하다. (독립운동가 현조)할아버지도 하늘에서 흐뭇하게 보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허미미는 광복절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아시안게임을 준비에 돌입한다. 그는 작년 파리올림픽 여자 57㎏급 은메달을 딴 직후 어깨 수술을 받았다. 지루한 재활을 견디고 나선 지난 24일 끝난 독일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 여자 57㎏급에서 다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대회 2연패다. 이제 그는 처음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꿈을 꾼다. 허미미는 "나고 자란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게 목표"라면서 "독립투사였던 할아버지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뛰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내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허미미. 중앙포토
[출처 : 오유-유머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