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전에 만났던 두 살 많은 누나와의 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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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전에 만났던 두 살 많은 누나와의 썰.txt

92%당충전 0 76,149 07.17 22:20

오늘 비가 쉬지 않고 내려서일까? 괜히 옛 생각이 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쓰는 글은 미숙하기만 했던 내 어린 시절 이야기다.

 

다들 인생에서 첫 경험이 있지 않은가? 난 그게 스물 한 살이었다. 입대를 앞두고 있었던 철없던 아이. 그게 딱 나였다. 그래서인지 그 시절을 더듬는 것만으로도 괜히 몸이 뜨거워진다. 처음이라 서툴기만 하고,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끝내야 할지도 몰랐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누나는 예뻤다는 거다.

 

괜히 마주보기만 해도 다리가 떨릴 정도의 미인은 아니었지만, 청바지에 흰 티만 입어도 감추지 못할 곡선을 지니고 있었고, 따로 화장을 하지 않아도 사람을 들뜨게 하는 미소가 있었다.

 

그래, 지금 생각해 봐도 이상한 일이다. 나 같은 찐따가 그런 누나랑 함께 할 수 있었다니 말이다. 사실 처음부터 넘사벽이라 생각했기에, 말을 걸어볼 생각조차 없었다.

 

당시 난 괜한 욕심에 입대를 미루어서 동기들보다 한 학기를 더 다니고 있었다. 덕분에 2학년 1학기에 해당되어 3학점짜리 전공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누나는 그 수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학과 생활도 따로 하지 않았던 그 누나는 나보다 두 살이 더 많았는데, 늘 수업에 지각을 했었다.

 

그때의 나도 그저 술이나 마시고 놀고 싶은 욕심에 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지라 우린 강의실 뒷문과 가장 가까운 자리를 놓고 자주 부딪히게 되었다.

 

, 옆으로 가.”

 

나보다도 더 늦게 나타났던 누나가 내 귓가에 속삭였던 그날. 내 귓구멍으로 작지만 뜨거운 숨결이 미끄러져 들어왔었던 바로 그날. 내 심장은 전력질주를 했을 때처럼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시작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첫 경험 말이다.

 

그날 이후로 난 어떻게든 수업 시작 전에 도착해서 마지막 자리에 앉아 누나를 기다리게 되었다. 또 헐레벌떡 뛰어온 누나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여주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말이다.

 

왜 그렇게 쳐다봐?”

, 아니요. 그냥

 

나도 모르게 점점 더 노골적으로 누나를 보게 되었다. 하얀 피부, 적당히 흐트러진 머리. 그리고 아찔할 정도로 짧았던 바지와 당장이라도 내 이성을 끊어버릴 것 같았던 얇은 발목.

 

그럼, 조원들끼리 인사 나누고, 조별 과제 발표 잘 준비하도록.”

 

나를 현실에 붙잡아줬던 건 늙은 교수의 당부였다. , 하느님, 조상님, 부처님, 모르겠다 알라신까지. 여튼 다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나와 난 같은 조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 그럼, 도서관이나 가자.”

 

이미 벚꽃은 다 떨어졌고, 5월의 캠퍼스는 녹아내릴 것처럼 더웠지만 그때의 난 그저 하루하루가 좋았다. 과제를 핑계로 누나에게 연락을 했고, 다시 핑계에서 핑계를 만들었다. 우린 덕분에 도서관에서 자주 만났고, 몇 시간씩 붙어 있게 되었다.

 

그렇게 또 늦은 오후, 창가 쪽 자리였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그녀가 팔을 뻗어 내 노트북 터치패드를 슬쩍 건드렸다.

 

, 이거 좀 확대해 봐. 글씨 작잖아.”

알아서 하시죠.”

이 자식이, 요즘 왜 반말 안 해?”

원래 안 했잖아요.”

 

농담 같지도 않은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이건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건가? 아닌가? 그런 묘한 긴장감과 혼란, 아니, 사실,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누나의 팔이 내 팔 위로 미끄러졌다. 작은 충돌. 그리고 무게 중심이 흐트러진 누나의 어깨와 손등, 무릎이 차례로 내게 밀려왔다. 조금도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두 어깨에도 힘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누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나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봤던 건 처음이었다. 역시 무리였다. 가만히 바라만 보기에는 너무나 관능적인 입술이었다.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누나가 다가왔다.

입고 있던 내 청바지가 당장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서로의 입술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누가 먼저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도서관이었고, 개방된 곳이었고, 그래서 머리가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하얗게 타버릴 것 같았지만, 처음이었던 나는 브레이크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누나의 손가락이 내 갈비뼈를 더듬었다. 나의 손도 본능적으로 누나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그때쯤 누나가 내 가슴에 손을 올리며 나를 살짝 밀어냈다. 붉어진 두 뺨과 흡족한 눈꼬리, 누나의 한쪽 손이 어느새 머리카락을 희롱하고 있었고, 두 사람의 입술과 혀는 다시 섞여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 노트북 뒤편으로 놓여 있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KASH를 잡아야 CASH도 잡힌다!’

 

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책이었다. 대체 무슨 책인데 우리 자리에 놓여 있는 걸까?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지만, 들어본 적 없었던 영단어가 나의 흥분을 막아서게 되었다.

 

‘KASH? 케쉬? 캐쉬? 이게 대체 무슨 말장난이지?’

 

갑자기 뒤엉켜버린 이성과 감성. 그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대로 누나가 몸을 뒤로 뺀다면, 이대로 키스가 멈춘다면, 누나와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굽어졌다. 누나의 가냘픈 허리가 내 덩치를 따라 자연스레 활처럼 휘었다.

 

안되겠다. 나가자, 우리.”

? , .”

 

난 황급히 노트북과 가방을 챙겨서 누나의 뒤를 따랐다.

 

나도 좀 힘드네. 내 방으로 가자.”

 

? 자취방? 이 시간에? 남녀가 함께?

난 당장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지만 애써 꾹꾹 참으며 조용히 누나의 뒤를 따랐다.

 

, 그날, 그 길은 얼마나 덥고, 멀었던가?

누나의 자취방은 학교와는 좀 떨어진 풀옵션 원룸이었다. 요즘은 대학가 근처에 그런 원룸이 흔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에어컨이 옵션으로 있는 원룸은 월세가 제법 나갔었다. 누나는 더우면 맥을 못 추는 체질이라 방을 구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한 게 에어컨이라고 했다.

 

그래서 매번 지각했던 거야. 이것 봐, 학교까지 좀 멀어. 학교 바로 앞에 풀옵션 원룸은 또 너무 비싸니까.”

 

물어보지 않았던 정보, 요구하지 않았던 키스. 참으로 많은 걸 받는 날이었다. 그럼, 우린 오늘부터 1일인 건가? 누나는 그럼, 내 군생활을 기다려줄까? 애들은 아들 하나, 딸 하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렀을 때, 누나의 자취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 밑에서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의를 벗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다시 서로가 서로의 입술을 훔쳤고, 서로의 갈비뼈를 탐했고, 허리를 감싸 쥐었다.

 

철컥, 철컥. , ,

도어락 소리가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우린 반사적으로 냉큼 다시 상의를 걸쳤다. 누나의 룸메이트였다.

 

오늘 일찍 왔네?”

, 휴강이라지 뭐야. ? 누구세요?”

, 우리 조별 과제를 해야 해서. 두고 온 책 챙기려고 잠깐 들렸어.”

 

우린 최대한 자연스럽게 돌아서서 방을 나왔다.

 

, , , 이제 어쩌죠?”

 

난 아무래도 학교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단 생각에 진이 좀 빠져버렸다. 그러기엔 너무 더웠으니까. 5월이라기엔 햇살이 너무 강했으니까.

 

까짓, 옥상으로 가자.”

?”

괜찮아, 이 주변에서 여기가 가장 높은 건물이야.”

 

난 누나의 손에 이끌려 건물 옥상까지 뛰다시피 걸어 올랐다. 옥상 문을 열고 보니 누나의 말처럼 주변 건물이 몽땅 다 아래로 보였다. 건물 층수가 더 높은 건 아니었지만, 지대가 높았던 탓이었다. 우리 뒤로는 건물에 접한 산자락만 보였을 뿐.

 

너 처음이지?”

? , .”

괜찮아.”

 

누나의 입술이 나의 목을 더듬는가 싶더니 이내 곧 강한 힘으로 빨아 당기고 있었다. 마치 처녀의 목음 탐하는 뱀파이어처럼!

 

넌 이제 내꺼야.”

 

뭔가 두려워졌다.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대낮에? 건물 옥상에서? 우린 그러니까 이제 1일이 맞는가? 누나가 더위는 싫어해서 먼 곳에 방을 구했다는 건 알게 되었지만, 누나의 고향도 모르고, 형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처음부터 우리 과가 맡긴 한가? 타 단대 소속인가?

 

난 일단 누나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입에서 쓸데없는 말이 튀었다. 딴에는 긴장을 느슨하게 풀고 한 박자 쉬어가려고 했던 것인데, 평생을 찐따로 살아온 찐따답게 터무니없는 말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근데 누나, 아까 그거 누나 책이었어요? ‘KASH가 잡혀야 CASH도 잡힌다!’였던가? 대체 그 KASH라는 건 뭐예요?”

 

그러자 누나는 갑자기 나를 밀쳐내며 큰소리로 웃었다.

 

, 넌 지금 그딴 게 중요해?”

 

말투는 힐난조였지만, 눈은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다시 두 손이 누나의 어깨를 끌어당기게 되었다. 누나는 가볍게 내 가슴을 두드렸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우리의 입술이 다시 겹쳐졌다.

 

철컥, 끼이이익.’

 

어이쿠! , 깜짝이야. 허허, 이거 참. 죄송합니다, 담배 한 대 피우려고 왔더니, 허허.”

 

다른 층 세입자였다. 한눈에 봐도 복학생이었고, 한눈에 봐도 밤새 게임이나 했을 몰골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등을 돌려 누나의 얼굴을 가렸지만, 누나의 입까지는 가리질 못했다.

 

, XX. XX 쪽팔려

아니, , 저도 좀 민망한데, 그렇다고 면전에 욕할 건 또 아니잖아요.”

 

복학생은 담배에 라이타로 불을 당기며 인상을 험하게 구겼다. 이번에는 내가 누나의 손을 잡고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결국 우린 더운 햇살을 등에 업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도서관 앞 자판기에서 햇살만큼 뜨거웠던 커피를 한 잔 뽑아 둘이서 한 모금씩, 한 모금씩 조심스레 나눠마셨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벤치에 앉아 손을 잡았다.

깍지를 꼈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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