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낙관이 춤추던 봄날의 몽상
2020년 5월, 봄의 기운이 뉴욕 증권가를 감돌던 때였습니다. 팬데믹의 그림자가 여전했지만,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활력은 뜨거웠죠. 특히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미래를 그리는 혁신의 아이콘이자, 평범한 이들에게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마법 같은 이름이었죠. 제 주변에도,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테슬라 주식을 사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넘쳐났습니다. 그들의 계좌는 연일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낙관적인 전망은 마치 종교처럼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달콤한 꿈만을 꾸게 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장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현실의 싸늘한 칼날을 들이밀곤 하죠. 그날은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1. 새벽 5시 11분, 한 남자의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균열
여느 때처럼 저는 새벽녘에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습관처럼 경제 뉴스를 훑어보고, 트위터 피드를 내렸죠. 그 순간, 제 눈길을 사로잡은 트윗 하나가 있었습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의 계정에서 올라온 짧은 문장이었습니다. “Tesla stock price is too high imo.” (테슬라 주가가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저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뭐? 지금 내 눈이 잘못된 건가?’ 한두 번도 아니고, 한 기업의 수장이, 그것도 자신의 회사 주가를 ‘너무 높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다니요. 그것도 비공식적인 개인 소통 채널인 트위터에. 잠이 덜 깬 몽롱함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싸늘한 긴장감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단순한 개인적인 푸념일까, 아니면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오늘 아침, 시장이 조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었죠.
2. 개장 5분, 공황이 드리운 월가의 아침
뉴욕 증시 개장 벨이 울리기도 전에, 테슬라 관련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포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광기는 장이 열리고 난 뒤였습니다. 매수 주문 대신 매도 주문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개장 5분 만에, 테슬라 주가는 10% 이상 폭락하는 믿기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제 모니터 속 차트는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물들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To the Moon!’을 외치던 채팅방들은 “대체 무슨 일이에요?”, “손절해야 하나요?”, “제 계좌가 녹고 있어요!” 같은 비명으로 가득 찼습니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을 것이고, 누군가는 패닉에 휩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 역시 혼란스러웠습니다. 한 기업의 CEO 말 한마디에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증발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기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주가 하락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테슬라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선 희망이었고, 신념이었고, 어쩌면 ‘인생 역전’의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그 희망의 심장부에서, 그 희망을 심어준 CEO가 직접 칼날을 꽂아 넣은 셈이었습니다. 배신감과 혼란, 그리고 당황스러움이 뒤섞인 아침이었습니다.
3. 엇갈리는 비난과 해석, 그리고 한계 없는 영향력
그날 하루 종일, 언론과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트윗에 대한 온갖 해석을 쏟아냈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펀더멘털(기업의 실적, 자산 등 내재적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올랐다는 그의 솔직한 경고였다!”는 옹호론부터, “아무리 영향력이 커도 한 기업의 수장이 이렇게 무책임한 발언으로 시장을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비난까지. 심지어 “그가 주가 하락을 유도해서 뭔가 다른 전략을 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고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머스크의 트윗은 단순한 개인의 의견을 넘어선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의 트위터는 전 세계 수많은 투자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강력한 미디어였고, 그의 말 한마디는 국경을 넘어 시장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사건은 우리가 살고 있는 소셜 미디어 시대의 또 다른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4. 남겨진 교훈: 숫자가 아닌 ‘사람’의 시장
결국 그날, 테슬라 주가는 상당 부분 회복하지 못한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 같은 손실을 감수해야 했죠.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히 ‘누가 얼마를 잃었나’를 넘어,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아무리 견고해 보이는 기업이라도, 아무리 믿음직한 CEO라도, 그리고 아무리 밝아 보이는 미래라도, 시장은 늘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요.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시장은 때로는 한 사람의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작은 파문에 의해 격렬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요.
특히나 ‘금융’이라는 영역은 차가운 숫자와 논리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 뒤에는 늘 탐욕과 공포, 희망과 절망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숨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의 최전선에서, 때로는 무모하고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인간’이 시장을 뒤흔들기도 합니다.
2020년 5월 1일. 그날의 폭풍은 우리에게 투자의 냉정한 현실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인간 심리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습니다. 당신의 투자는 지금, 냉철한 이성과 흔들리지 않는 원칙 위에서 안전하게 서 있습니까?
※ 본 콘텐츠는 과거 시장 사건을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 목적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